서문 드넓은 산자락의 무덤가나 고즈넉한 사찰 터, 또는 작은 시골 마을 어귀를 걷다 보면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짊어진 채 묵묵히 서 있는 돌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비석(碑石)**입니다. 차가운 돌덩이에 불과하지만, 비석에는 망자의 이름과 그의 생애, 후손들의 간절한 마음이 새겨져 시공을 초월하여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민속학자의 눈으로 비석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묘비를 넘어 죽은 자를 기억하고 산 자를 위로하며, 때로는 역사의 증언자로 서 있던 비석의 다채로운 얼굴과 그 안에 담긴 우리 민족의 죽음관과 기억 문화를 발견하게 됩니다. 1. 망자와 후손을 잇는 영원한 통로: '망주석(望柱石)'에 담긴 삶의 질서와 회복무덤 앞에 세워지는 비석들은 단순히 고인의 이력을 기록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