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기억을 더듬어보면, 세상에 수많은 영화가 떠돌아다녀도 유독 제법 소름이 돋는 작품은 따로 있더군요. 남들이 명작이라 치켜세우는 화면을 보면서도 저는 늘 의심부터 품곤 했습니다. 과연 그 프레임 너머의 진실은 진짜일까, 아니면 누군가 아주 치밀하게 짜놓은 판에 저 역시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생각해 보면 냉전이라는 거대한 시대가 빚어낸 괴물은 비단 낡은 역사책 속에만 박혀 있는 것이 아닙니다. 1962년에 발표된 영화 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씁쓸하고도 서늘한 기분 때문이었습니다. 포로로 잡혀 적들의 손에 넘어갔다 돌아온 군인의 눈빛이 왜 그렇게 영혼 없는 인형처럼 흔들렸을까요. 붉은색과 파란색의 카드가 번갈아 가며 시야를 어지럽힐 때, 저는 화면 밖에서 가만히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