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강력한 유교적 이념이 조선 사회를 지배했던 시기, 궁궐의 엄격한 예법과 양반 사대부의 학문적 담론 뒤편에는 또 다른 생명의 강물이 면면히 흘렀습니다. 바로 민초들의 삶 깊숙이 자리했던 '민속신앙'입니다. 이는 단순한 미신을 넘어,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고뇌가 뒤얽힌 현실에서 위안과 해답을 찾았던 우리 조상들의 원초적인 지혜였습니다. 지금부터 조선 시대 민속신앙이 어떠한 형태로 살아 숨 쉬며,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삶과 정신을 어떻게 보듬었는지 그 심오한 세계를 탐색해 보겠습니다. 1. 이념의 장막 아래, 삶 속에 스며든 풀뿌리 신앙의 생존 전략조선은 건국과 동시에 유교를 국가의 통치 이념으로 확고히 하고, 이전 시대의 지배적 종교였던 불교는 물론 토착 신앙인 무속(巫俗)까지 '음사(淫祀)'로 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