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인류는 공포를 관리하기 위해 종종 '신화'를 활용하지만, 때로는 악의적으로 설계된 '괴담'이 한 민족의 정체성을 왜곡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고려장'은 역사적 실체가 전무한, 근대 식민주의가 기획한 전형적인 역사 왜곡의 산물입니다. 본 칼럼은 국립문화재연구원의 민속학적 고증과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고려장의 허구성을 증명하고, 이 왜곡된 서사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노인 소외 문제와 어떻게 기괴하게 맞물려 있는지 분석하고자 합니다.
1. 식민지 담론의 설계: '고려장'이라는 이름의 오리엔탈리즘
역사학적으로 '고려장'은 고려 시대의 정식 장례 관습이 아니라, 19세기 말 일제가 한반도를 영유하기 위해 구축한 '문화적 침탈'의 도구였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의 **『무형유산 조사보고서: 생활관습 편』**에 수록된 장례 문화 조사 결과를 보면, 고려 시대의 장묘 문화는 화장(火葬)과 매장이 혼재되었을 뿐, 노인을 유기하기 위한 흔적은 단 한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사(正史)인 **『고려사(高麗史)』**는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않거나 봉양을 소홀히 하는 자를 사형에 처하는 엄격한 효 사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려장이라는 용어는 일본인 저술가 그리이와야 사잔이 **『조선동화집(1924)』**에서 일본의 전설 '우바스테야마'를 조선에 강제로 이식하며 만든 '역사적 가짜 뉴스'였습니다. 사실 저 역시 학창 시절 고려장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우리 조상들이 실제로 그랬을까' 하는 막연한 의구심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것이 일제의 치밀한 날조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단순히 화가 나는 것을 넘어 무서운 생각까지 들더군요. 남의 나라 역사를 마음대로 재단해서 한 민족을 '부모 버리는 미개한 종족'으로 낙인찍는 것이 얼마나 더러운 폭력인지요. 우리가 배우는 '상식'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얼마나 쉽게 오염될 수 있는지 깨닫게 되면서, 이제는 역사를 볼 때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먼저 살피게 됩니다.
2. 기로국 설화의 변천과 왜곡: 지혜의 서사에서 잔혹한 유기로
민속학적으로 고려장의 모태가 된 '기로국 설화(棄老國 說話)'는 본래 인도의 불교 경전인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 기원했습니다. 이 설화의 핵심은 노인을 버리는 잔혹함이 아니라, 국난의 위기에서 '노인의 지혜'가 국가를 구한다는 반전의 교훈을 통해 효(孝)의 가치를 역설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근대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이 숭고한 보은의 서사는 '생존의 위기'라는 자극적인 설정만 비대해지며 변질되었습니다. 일제는 의도적으로 유기 장면만을 부각해 교육용 동화로 재가공했고, 이 과정에서 '지혜로운 노인'은 '짐이 되는 노인'으로 전락했습니다. (사용자 경험담 원문) '노인의 지혜가 나라를 구한다'는 그 아름다운 이야기가 어떻게 '늙으면 버려야 한다'는 섬뜩한 메시지로 둔갑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그것은 단순한 조작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극심한 가난이나 재난 앞에서 '가족의 생존'이 우선시 될 때, 그런 비극적인 이야기가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포장되어 스며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설화의 변질을 보며 인간의 존엄성이 환경에 따라 얼마나 쉽게 뒤틀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깊이 숙고해 보게 됩니다.
3. 현대판 고려장: 자본주의적 소외와 에이지즘(Ageism)의 결탁
사회학적으로 오늘날 회자되는 '현대판 고려장'은 역사적 허구보다 훨씬 더 실체적인 사회적 살인입니다.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율이 OECD 최고 수준을 유지하는 현상은 100년 전 조작된 고려장의 망령이 '경제적 유기'와 '정서적 배제'라는 탈을 쓰고 부활했음을 의미합니다. 효는 더 이상 국가적 윤리가 아닌 '개인의 부담'으로 전락했습니다. 요즘 고독사 뉴스나 요양원에 부모님을 맡기고 연락을 끊었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고려장이 허구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오히려 '진짜 고려장'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바쁘다는 핑계로 안부 전화 한 통 미루는 저 자신의 모습에서도 그와 유사한 그림자를 발견하곤 합니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잊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비단 저만의 고민은 아닐 겁니다. 이제는 역사적 가짜 뉴스를 규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곁에 실재하는 이 소리 없는 유기를 어떻게 멈출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마치며
'고려장'이라는 이름의 허위는 식민 지배의 잔재이자 우리 사회가 짊어진 무거운 업보입니다. 우리는 조작된 역사를 해체하고 국립문화재연구원 등이 발굴한 진실된 효의 가치를 복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거의 거짓을 바로잡는 열정만큼 현재 진행 중인 노인 소외 문제를 직시하는 용기입니다. 역사의 왜곡을 바로잡는 일은 결국, 현재의 비극을 끝내고 모든 생명이 존엄하게 늙어갈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를 재설계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 문헌
국립문화재연구원, 『무형유산 조사보고서: 생활관습 편』.
국립문화재연구원, 『한국의 무형유산: 구비전승·전통지식』, 2018.
『고려사(高麗史)』, (고려 시대의 공식 역사서).
『잡보장경(雜寶藏經)』, (고려장 설화의 원형인 '기로국 설화'가 실린 불교 경전).
그리이와야 사잔, 『조선동화집』, 1924. (고려장 왜곡의 기점이 된 저술).
'민속학 컬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해초와 민속학: 전통 요법과 해양 지식의 축적을 통한 미래 가치 재조명] (0) | 2026.01.29 |
|---|---|
| [점성술과 관상: 고대의 데이터 과학, 패턴 인식과 인물 분석의 빅데이터] (0) | 2026.01.28 |
| [닫힌 문, 피어나는 꿈: 신분 사회의 구조적 기만과 현대적 소외에 대한 비평적 통찰] (1) | 2026.01.26 |
| [생존의 사회 계약: 고대 인류, '짝패'와 '두레'에서 찾은 위대한 집단 지성] (0) | 2026.01.26 |
| ['며느리'의 그늘진 역사: 혈연공동체의 배타성이 빚어낸 제도화된 희생과 인간 존엄성의 파열] (1) | 2026.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