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 컬럼

[심층 분석] 서사 속 '백발마녀'의 시기심이 투영하는 노화의 기호학과 존재론적 위기

infodon44 2026. 1. 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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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인류의 집단 무의식이 응축된 구비문학 속에서 '백발마녀'라는 형상은 단순히 악의 상징을 넘어, 생물학적 쇠퇴를 마주한 인간의 처절한 저항을 대변하는 고도의 상징체입니다. 시간의 비가역적(거꾸로 되돌릴 수 없는) 흐름 속에서 마주하는 '늙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주체의 해체와 사회적 소멸을 의미하는 근원적 공포로 작용해 왔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의 민담 사료를 바탕으로 마녀의 '외모 강박'을 기호학적,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불멸의 허상과 그 이면에 숨겨진 현대적 소외를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1. 생명력 도용(Vitality Theft)과 사회적 자본의 상실: 왜 '백발마녀'는 젊음을 갈구하는가

민담 속 마녀의 시기심은 **사회적 자본(공동체 내에서 인정받는 자산)**으로서의 젊음을 탈취하려는 생명력 도용 욕망이며, 이는 노화를 '사회적 죽음'으로 인식한 과거의 집단 불안을 반영합니다. 저는 백발마녀의 질투는 젊은 여자의 외적 아름다움과 더불어 '젊음'이라는 싱그러운 에너지, 즉 삶의 원동력 자체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남의 눈을 의식하고 남에게 좋은 인상을 주거나 남의 칭찬에 춤을 출 수밖에 없는 존재라 생각됩니다. 만약 세상에 나 혼자 산다면 내 외모에 대해 훨씬 자유로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보니 외모가 늙는다는 것은 어딜 가도 새롬게 인식되고 생기 있는 인상을 주기는커녕 생기 없고 누가 보기에도 별다른 임팩트가 없이 그저 그렇고 그런 늙은이 정도로 비춰진다는 것이 곧 나의 존재감의 상실로 느껴져 본능적으로 늙음을 받아들이기가 힘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신체적 형상을 단순히 생물학적 조건이 아닌, 경제적·사회적 가치로 치환 가능한 **'신체 자본(Physical Capital)'**으로 규정했습니다. 그의 핵심 논리에 따르면, 젊음과 아름다움은 상징적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화폐이며, 노화는 이 자본이 강제로 회수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징적 폭력(심리적 위축과 소외)'**을 수반합니다. 마녀가 젊은 여인의 생기를 약탈하려는 행위는 단순히 예뻐지고 싶은 욕망을 넘어, 사회적 평가의 장(Field)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자신의 가치를 억지로 복구하려는 자본 전환의 비극적 시도입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의 설화 분석에서도 이러한 마녀의 악행은 공동체로부터 '쓸모없음'을 선고받은 개인이 존재론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몸부림으로 해석되며, 이는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자아가 정의되는 인간의 근원적 비극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2. 시간성(Temporality)과의 비극적 대결: 영원 불멸의 허상과 외모 강박의 심연

인간은 **존재론적 부정(죽음의 진실을 회피함)**을 통해 유한성을 망각하려 하며, '늙음'에 대한 저항은 죽음이라는 근원적 공포를 지연시키려는 투쟁입니다. 저는 늙음이 가장 두려운 것이 사람들의 외면과 고립감이라고 생각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면서 점점 더 개인주의적인 삶으로 빠질 것이고 더 이상 나라는 존재가 세상 어디에서도 통용되지 않을 때 고립은 피할 수 없는 숙명처럼 다가올 것도 같습니다. 그 외에도 신체적인 노화로 인한 질병 등 많은 문제가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저는 굳이 발악적으로 젊어지고자 노력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늙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는 것이고 어차피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니까 조금은 받아들이고 여유롭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또 누군가가 말했다지요.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늙어지는 것은 죽음에 앞서 생의 미련을 없게 하기 위한 조물주의 예정된 계획이라고 했답니다. 만약 사람이 죽을 때까지 늙지 않고 병들지 않고 젊고 아름다운 상태로 있다면 죽음을 맞이할 때 오히려 너무 황당하고 억울하게 느껴져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늙음은 어차피 오고야 말 죽음을 준비하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실존주의 철학의 거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인간이 자신의 죽음을 직시하지 못하고 타인들과 섞여 평범하게 살아가는 상태를 **'비본래적 실존'**이라 비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노화로 인해 거울 속에서 발견하는 주름은 우리가 언젠가 반드시 소멸할 **'죽음을 향한 존재(Being-towards-death)'**임을 일깨우는 가장 정직한 실존적 신호입니다. 마녀가 마법으로 주름을 가리는 행위는 이러한 본질적 진실로부터 도망치려는 '불안의 전이(본질적 공포를 외모라는 지표로 옮김)' 현상입니다. 제가 앞서 언급한 '조물주의 계획'으로서의 노화는 하이데거가 말한 **'단독자(본래의 자기 모습)'**로 돌아가기 위한 필연적인 비움의 과정과 궤를 같이 합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 사료에 나타나는 노인들이 육체적 쇠락 속에서도 평온을 유지하는 이유는, 그들이 외부의 시선에 얽매인 '세인(Das Man)'의 삶을 청산하고 자신의 유한성을 긍정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비로소 본래적인 자아를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3. 디지털 환경의 이미지 강박: 젊음의 신화와 자아 찾기라는 시대적 과제

현대 소셜 미디어는 타자의 시선을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감시하게 만드는 이미지 강박의 파놉티콘(중앙 감시 감옥) 상황을 연출합니다. 저 역시도 소셜 미디어를 보면서 끊임없이 '더 젊고, 더 완벽한' 모습에 노출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안티에이징 시술을 찾아보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사실상 나이를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다는 사실 앞에 제 생각을 접고 내려놓습니다. 어느 유명 피부과 의사 선생님이 한 말이 기억납니다. "실제 안티에이징에 이렇다 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 상술이에요. 그저 마음 편하고 잘 자고 잘 씻는 방법 외에는 없어요" 저는 항상 이 말을 되새기면서 순리를 역행하려고 하는 제 마음속을 오히려 들여다보려 합니다. 이제는 젊음이나 외모를 가꾸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히려 내면의 평화라고 생각됩니다. 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저의 마음과 스토리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현대 사회의 권력이 신체를 통제하고 규격화하는 **'생체 권력(Biopower)'**의 형태로 진화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소셜 미디어라는 현대판 파놉티콘(중앙에서 모두를 감시하는 원형 감옥) 안에서 대중은 '박제된 청춘'의 이미지를 표준으로 삼고, 그 기준에서 벗어난 자신의 노화를 스스로 검열하고 처벌(혐오)하는 **'내면화된 감시'**의 포로가 됩니다. 푸코의 논리에 따르면 안티에이징에 대한 갈망은 순수한 미적 욕구가 아니라,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적인 신체'라는 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훈육하는 권력 기제에 가깝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의 현대 민속 보고서는 이러한 이미지 종속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대안으로 '자기 돌봄의 윤리'를 제시합니다. 이는 외적인 보수가 아니라 제가 앞서 강조한 '자신의 스토리를 존중하는 내면의 평화'를 통해, 타자의 시선이라는 권력으로부터 자아를 해방시키는 실존적 투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민담 속 '백발마녀'의 서사는 영원한 젊음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초상이자 우리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이 보존해 온 수많은 이야기들은 늙음이 공포가 아닌, 삶의 모든 순간이 응축되어 완성되는 여정임을 말해줍니다. 시간은 무언가를 앗아가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면의 밀도를 더해주는 연금술사이기도 합니다. 마녀의 비극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빛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일입니다.

 

전체 출처 및 참고문헌

피에르 부르디외, 『구별짓기』, 새물결, 2005. (신체 자본과 상징적 폭력의 메커니즘)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까치글방, 1998. (죽음을 향한 존재와 본래적 실존)

미셸 푸코, 『지식의 고고학 / 감시와 처벌』, 나남, 2003. (생체 권력과 신체의 규율화 과정)

국립문화재연구원, 『한국 민속 대백과사전: 민담 및 설화 속 인물 분석 편』.

국립문화재연구원, 『한국의 고령화 사회와 효(孝) 문화 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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