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제주 바람과 돌의 섬, 혹은 육지 마을 어귀에 듬직하게 서 있는 그 나무 혹은 돌기둥. 거칠고 익살스러운 얼굴에 한자는 가득하지만, 정작 그 모습은 투박하기 그지없는 이 존재, 바로 장승(長栍)입니다. 단순한 이정표를 넘어, 밤에는 마을의 불청객을 경계하고 낮에는 지친 길손에게 넉살 좋은 미소를 건네던 장승. 오늘은 그들의 벽사(辟邪)와 풍자 속에 담긴, 우리네 삶의 지혜와 민초들의 유쾌한 저항 정신을 엿보고자 합니다. 1. 이계(異界)의 문을 지키는 수호신: 장승의 벽사(辟邪) 정신장승은 마을의 경계에 홀로 우뚝 서서 안과 밖의 세계를 구분하고, 보이지 않는 악귀나 액운이 마을 안으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최전방의 수호신이었습니다. 그들의 위압적인 외모와 강렬한 이름에는 부정(不淨)한 기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