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식탁에 오르는 따스한 한 공기 밥은 우리네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시작이며, 때로는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위로 그 자체입니다. 민속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밥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곡물을 넘어, 한국인의 정신세계와 공동체의 질서를 오롯이 담아낸 인문학적 보고입니다.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밥 한 톨에는 생명의 신비, 삶의 고단함, 그리고 깊은 염원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습니다.1. 생명의 통과의례를 잇는 ‘삼신밥’과 조상에 바친 ‘메’: 쌀, 신성한 연결의 매개우리 선조들은 삶의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밥을 통해 하늘과 땅, 조상과 소통했습니다. 갓 태어난 생명에게 찾아오는 통과의례는 물론,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리는 제사에서도 밥은 그 무엇보다 신성하고 근원적인 매개체였습니다. 어찌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