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자욱한 기억의 복도를 따라,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실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알랭 레네의 는 마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마술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1961년, 알랭 로브그리예의 누보로망 정신을 스크린에 이식하며 평단에 충격을 던졌던 이 작품은, 관객에게 명확한 서사 대신 미궁 속을 헤매는 듯한 몽환적인 체험을 선사합니다. 어제 본 꿈이 오늘 현실의 일부가 되고, 기억은 거울 속에서 반복적으로 반사됩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믿어왔던 인과관계라는 이름의 나침반을 던져버리고, 오직 이미지의 연속성 안에서 길을 찾으라고 도발합니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실존의 불안이 어떻게 미학적 형식으로 치환되는지, 그리고 인간의 기억이 왜 그토록 파편화된 허구에 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