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레네의 《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남자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남자는 여자에게 지난해 이곳에서 만났다고 말한다. 두 사람이 함께 떠나기로 약속했다고도 한다. 그런데 여자는 그런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나도 자연스럽게 남자의 기억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따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영화를 계속 보다 보니 다른 것이 더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호텔이 이상했다.** 긴 복도가 계속 나오고, 사람들이 그 안을 걷는다. 정원도 여러 번 보인다. 그런데 분명 같은 호텔과 정원인 것 같은데, 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조금씩 헷갈린다. 이게 현재의 장면인지, 남자가 말하는 지난해의 일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처음에는 내가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