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

용왕은 왜 간절히 '토끼의 간'을 원했을까? 질병을 치유하는 민속적 상징체계

infodon44 2025. 12. 20. 20:38
반응형

서문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별주부전』(또는 『토별가』, 『수궁가』) 이야기는 병든 용왕과 그의 간을 구하러 나선 자라, 그리고 꾀 많은 토끼의 모험담으로 우리에게 친숙합니다.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미스터리 중 하나는 바로 '용왕은 왜 그토록 간절하게 토끼의 간을 원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이 의문은 단순한 설화적 장치를 넘어, 고대인들이 질병을 어떻게 이해하고 치유하려 했는지, 그리고 어떤 생명체를 '약'으로 상정했는지를 보여주는 민속학적, 상징체계적 단서가 됩니다. 과연 '토끼 간'이라는 지극히 특정적인 처방에는 어떤 고대 한국인의 의학적(?) 인식과 치유의 상징적 의미가 숨어 있을까요? 용왕의 '토끼 간' 욕망을 고대인의 질병 인식과 민속적 치유 체계, 그리고 현대인의 욕망이라는 다층적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탐구해 봅니다.

 

1. '토끼의 간', 고대인의 '생명의 정수'이자 '만병통치약' 상징

용왕이 병을 앓자, 그 치료법으로 '육지에 사는 토끼의 간'이 언급됩니다. 설화 속 용왕의 병명은 명확히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삼국유사』에는 '간(肝)을 병들게 하는 병'이라는 구절이 있어 간 질환을 추측하게 합니다. 실제로 일부 민속학적 해석에서는 용왕의 병을 과도한 음주로 인한 간 기능 손상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토끼'의 '간'이었을까요? 고대인들에게 간(肝)은 인체의 중심 기관이자 **'생명의 정수' 또는 '생체 에너지의 저장고'**로 인식되었습니다. 피를 만들고 해독하며 힘을 솟게 하는 간의 실제 기능은 알지 못했어도, 인체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직관적으로 파악했던 것입니다. 또한 토끼는 초식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재빠르고 민첩하며, 다산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는 곧 활력, 생명력, 재생산성과 같은 강력한 '생(生)의 기운'을 대표하는 동물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병약한 용왕에게 토끼의 간은 이 **강력한 생명력의 기운을 전이시켜 병든 몸을 치유할 '만병통치약'**과 같은 상징적 의미를 가졌던 것입니다. 이는 고대인들이 동물의 특정 부위를 먹음으로써 그 동물의 기운이나 특성을 흡수할 수 있다고 믿었던 **'동조(유사) 마술(Sympathetic Magic)'**의 일환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용왕의 '토끼 간'에 대한 간절함은 단순히 약재에 대한 집착을 넘어, 생명의 위기 앞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생존하고자 하는 인류 보편의 원초적 욕망을 보여주는 상징인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현대 사회의 '만병통치약'은 바로 건강한 식단 관리와 스트레스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옛날과는 달리 현대인은 못 먹어서 병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해서 저는 건강한 식품 위주로 조금만 먹으려 노력합니다. 또한 스트레스 관리 차원에서 매일 아침 햇빛을 쬐며 산책을 합니다. 의사나 전문가들이 비타민 D 합성과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과학적 효능을 넘어선 강력한 믿음이 있어요. 전날 아무리 잠을 설치고 스트레스를 받았더라도, 아침 햇살을 맞으며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오늘은 괜찮을 거야',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졌어'**라는 확신이 들거든요. 마치 용왕이 토끼 간을 먹으면 병이 나을 거라고 믿었듯이, 저는 이 산책을 통해 오늘 하루를 건강하게 시작하고,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강렬한 '생명력'과 '긍정적 기운'을 얻는다고 느껴요. 어떤 날씨든 거르지 않는 이 의례가 저에게는 몸과 마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저만의 '만병통치약'인 셈이죠.

 

2. '생명 거래'와 '치료 의례': 위협과 기지로 얼룩진 치유의 여정

토끼 간을 얻기 위한 용궁의 노력은 단순히 약을 구하는 행위를 넘어, 복잡한 '생명 거래'와 '치료 의례'로서의 성격을 띱니다. 용왕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자라(별주부)가 목숨을 걸고 육지로 나가 토끼를 꾀어오는 과정은, 단순한 약재 채취가 아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끈질긴 '기원의 여정'이자 '고난 극복 서사'**입니다. 자라가 토끼에게 육지의 험난함과 용궁의 화려함을 대비시키며 설득하는 것은 일종의 **'정신적 유인책'**이며, 이는 고대 사회에서 질병 치유를 위해 행해지던 '샤머니즘적 의례'나 '기도'의 확장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토끼는 이러한 속임수에 넘어가 용궁에 갔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간은 육지에 두고 왔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이때 용왕이 이 말을 믿고 토끼를 돌려보낸다는 점에서, 용왕의 간절한 욕망은 '토끼 간의 물리적 실체'뿐 아니라, **그것을 얻는 과정 자체가 주는 '심리적 만족'**에 더욱 크게 좌우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병든 용왕과 용궁 식구들에게는 **'간을 구하러 갔다', '곧 나을 것이다'라는 '믿음'과 '기대' 자체가 강력한 '플라시보 효과'**를 일으켜 병의 심리적 증상을 완화하고 희망을 불어넣었을 것입니다. 토끼의 꾀는 외부의 위협에 대한 인간(동물)의 지혜로운 대응을 보여주며, 치명적인 질병 앞에서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려는 능동적인 의지를 상징합니다. 따라서 『별주부전』은 병을 둘러싼 '생명 거래'와 '치유 의례'를 통해, 병과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지혜를 발휘하여 생존을 모색하는 인류의 근원적인 드라마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제가 큰 슬럼프를 겪었을 때, 육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무기력이 극심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공교롭게도 보는 사람마다 저 보고 급 늙어 보인다고 하는 말을 듣게 되었고 여자로서 더 큰 스트레스와 무력감이 찾아오더군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서 인터넷 폭풍 검색을 통해 인체 시계를 돌려준다는 MNM과 함께 반신욕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물론 이것도 도움이 되었겠지만, 이 **'나만의 치유 여정'**이 저에게는 가장 큰 플라시보 효과로 작용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의 독소를 씻어내고 다시 '새로운 나'로 태어날 수 있다고 믿었어요. '나도 나를 위해 무언가 노력하고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얻었고, 마음의 안정과 함께 점차 활력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토끼 간을 구하러 떠난 자라의 여정처럼, 저의 이 작은 루틴은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붙잡게 해 준 저만의 '회복 주문'이었던 셈이죠.

 

3. '병든 용왕'과 '토끼 간', 현대 사회의 '생존 욕망'과 '지속가능성' 메시지

'토끼 간' 이야기는 단순한 옛날이야기를 넘어, 현대 사회의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병든 용왕'은 자연의 생명력(토끼)을 착취하려는 자본주의 사회의 '무분별한 생존 욕망'을 상징하고, '토끼 간'은 **위기에 처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단기적이고 자원 착취적인 해결책'**을 은유합니다. 용왕의 과도한 향락과 병은 해양 생태계의 불균형이나 인간 사회의 부조리함을 상징하며, 이를 치유하기 위해 동물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앗아가려는 모습은 오늘날의 환경 파괴와 동물권 문제, 그리고 인류의 이기적인 생존 방식을 경고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습니다. 또한 토끼 간을 구하기 위해 용궁의 문신(文臣)과 무신(武臣)들이 모여 논의하고, 자라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며 육지로 나서는 모습은 위기 상황 앞에서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단적 의지'와 '사회적 책임'**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무고한 생명체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과연 '우리'의 생존을 위해 '타자'를 어디까지 착취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마치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나 팬데믹 같은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자원을 고갈시키거나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의 **'지속 불가능한 생존 욕망'**을 돌아보게 합니다. '토끼 간' 이야기는 병든 공동체나 사회가 '자연과 타자에 대한 존중'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 오직 '생존'이라는 원초적 욕망에 매몰될 때 어떤 비극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자,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민속적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현대 사회의 '토끼 간'은 바로 **'무분별한 자연 자원 채굴과 개발'**이라 생각합니다. 급변하는 첨단 산업의 발전을 위해 희토류나 리튬 같은 자원을 무자비하게 채굴하고, 아마존 같은 생태계의 허파를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파괴하는 모습은 마치 병든 용왕이 토끼 간을 빼앗으려 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이는 인류에게 '단기적인 경제 성장'과 '기술 진보'라는 달콤함을 약속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지구 전체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다른 생명체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행위입니다. 용왕이 결국 토끼 간을 얻지 못하고 병이 위중해졌듯이, 이러한 '현대판 토끼 간'을 계속 탐한다면, 인류는 단기적인 생존 욕구를 충족시킬 뿐 결국 지속 가능한 미래는 오지 않을 것 같아요.

 

마치며

용왕이 간절히 원했던 '토끼 간'은 단순한 약재를 넘어, 고대인들이 생명과 질병을 이해했던 방식, 생존을 위한 인간의 원초적 욕망, 그리고 위협 속에서도 지혜를 발휘하려 했던 인류의 능동적인 의지가 응축된 상징체계입니다. 이 설화는 병든 용왕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단기적 욕망에 눈먼 인류의 자원 착취를 경고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윤리적 성찰, 그리고 진정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메시지를 현대인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별주부전』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삶과 사회에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살아있는 민속적 지혜의 보고라 할 수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