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 컬럼

[현대 민속학 비평] 성(性)의 통과 의례와 사회적 위생학: 왜 ‘첫 경험’은 정치적 낙인이 되었는가

infodon44 2026. 1. 16. 22:30
반응형

 

서문

민속학적 관점에서 성(性)은 단순히 생물학적 욕구의 분출이나 개인적 쾌락의 영역이 아닙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위계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고도로 설계된 **'제의적 장치'**이자, 한 개인을 사회적 미성숙의 단계에서 책임 있는 성원의 단계로 진입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였습니다. 조상들에게 성은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신성한 힘(Sacred Power)인 동시에, 엄격히 통제되지 않을 경우 가부장적 혈통의 순수성을 훼손하고 공동체의 정체성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에너지로 간주되었습니다. 특히 '첫 경험'은 개인이 사회적 아노미(Anomie) 상태를 벗어나 성인이라는 명확한 신분을 획득하는 **'통과 의례(Passage Rite)'**의 정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신성한 문턱을 넘는 과정에는 늘 가혹한 터부와 정치적 낙인이 동반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성을 대할 때 느끼는 무의식적 죄의식과 이중적 잣대는 과연 어디서 기원한 것일까요? 현대 사회의 ‘내면화된 금기’ 속에 숨겨진 권력의 지도를 학술적으로 해부해 봅니다.

 

1. 피의 정치학과 ‘리미널리티(Liminality)’: 경계에 선 유령들

프랑스의 인류학자 **아널드 반 게넵(Arnold van Gennep)**은 저서 **『통과 의례』**에서 인간의 신분 이행 과정을 '분리(Separation)-전이(Transition)-통합(Incorporation)'의 삼단계 구조로 분석했습니다. 이 중 가장 주목해야 할 단계는 바로 **‘전이(Liminality, 문턱)’**입니다. 반 게넵과 그의 이론을 계승한 빅토르 터너에 따르면, 이 문턱에 서 있는 존재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Betwixt and Between)' 상태로, 기존의 사회적 지위는 상실했으나 새로운 지위는 얻지 못한 일종의 '사회적 유령'과 같습니다. 과거의 공동체는 이 전이 단계가 주는 불확실성과 무질서의 위협을 제어하기 위해 ‘순결’이라는 강력한 민속적 굴레를 고안했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의 **『한국의 민속 의례 및 신체 문화 사료집』**에 수록된 혼속(婚俗) 자료를 보면, 신행 밤의 의례적인 절차들과 '피 묻은 속옷' 확인 등은 단순한 풍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여성의 신체를 개인의 소유가 아닌, 가문의 명예와 혈통의 정당성을 보증하는 제의적 증표로 변질시키는 '피의 정치학'이었습니다. 여성은 이 문턱을 통과하며 비로소 '사람'으로 통합되지만, 그 대가로 신체에 대한 주권을 부족의 공적 자산으로 양도해야 했습니다. 첫 경험을 앞두고 제가 느꼈던 그 막막한 불안감은 단순한 수줍음이 아니었습니다. 미디어와 주변 어른들이 주입한 온갖 '카더라' 통신들이 제 머릿속을 점령하고 있었죠. 한쪽에서는 사랑의 완성이라고 축복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여자애가 몸을 함부로 놀리면 큰일 난다"는 식의 무거운 경고를 보냈습니다. 제 몸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변화가 나중에 누군가에게 비난받을 '낙인'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잠을 설친 적도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제 개인의 소심함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저변에 흐르는 "여자의 성은 지켜져야 할 보물 혹은 감시받아야 할 화물"이라는 무거운 분위기가 스무 살의 저를 짓눌렀던 것 같습니다. 왜 남자애들에게는 훈장이 되는 경험이 우리에겐 '상실'로 치부되어야 했을까요. 그 안타까운 이중잣대가 여전히 제 마음 한구석에 씁쓸한 흉터로 남아있습니다.

 

2. 가부장적 위생학과 생체 권력: ‘순결’이라는 사회적 살균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성의 역사』**에서 근대 국가가 인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인의 신체에 개입하는 방식인 **‘생체 권력(Biopower)’**을 역설했습니다. 푸코에 따르면 성은 단순히 억압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인구의 건강, 노동력, 생산성을 최적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담론화하고 규제하며 '관리'하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민속학적 맥락에서 성이 독립된 주제가 아닌, 주로 **‘산속(産俗, 출산 관련 풍속)’**의 부수적인 과정으로만 다루어져 온 것 역시 이러한 생체 권력의 작동 방식과 맥을 같이 합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이 조사한 전통 마을의 성도덕과 규범들을 분석해 보면, 출산이라는 생산적 목적과 연결되지 않은 여성의 성적 욕구나 주체성은 '부정(不淨)'하거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사회는 '순결'이라는 위생적 프레임을 통해 결혼 제도 밖의 성을 **'사회적 살균(Social Sterilization)'**의 대상으로 삼았고, 이를 통해 가부장적 질서의 청결함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아주 오랫동안 제 몸의 주인으로 살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순결이 여자의 생명"이라는 말을 마치 절대적인 진리처럼 믿고 자랐거든요. 그래서 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피어오르는 성적 호기심이나 욕구조차도 뭔가 부끄럽고 불경한 것처럼 느껴져 스스로를 채찍질하곤 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방 안에서도 저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스스로를 감시하고 있었던 거죠. 내 몸이 느끼는 감각을 죄의식의 렌즈로 투과해 보며 살았던 그 시절이 참 답답하고 안쓰럽습니다. 가부장적 사회가 제 내면에 심어놓은 '위생 검사원'이 저를 끊임없이 검열하며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었던 셈이니까요.

 

3. 금기의 전복과 주체적 에로티즘: ‘신성(Sacred)’의 회복

프랑스의 사상가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는 저서 **『에로티즘』**에서 성을 일상의 노동과 축적, 생산의 궤도에서 벗어난 **‘비생산적 소모(Expenditure)’**의 정수로 보았습니다. 바타유의 사유 체계에서 가장 빛나는 통찰은 "금기는 오직 위반되기 위해 존재한다"는 역설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안녕을 위해 성을 금기시하지만, 바로 그 금기를 위반하는 엑스태시(Ecstasy)의 순간에 비로소 자아라는 폐쇄된 감옥을 부수고 타자와 온전한 영적 합일에 도달합니다. 바타유에게 성은 '오염'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을 넘어선 **'신성(Sacred)'**의 회복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성의 자율성을 되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금기를 깨뜨리는 방종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회가 정교하게 설계해 놓은 ‘순결과 오염’,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위생학 프레임 자체를 거부하고 전복하는 지적 투쟁입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의 사료들이 보여주는 억압적 관습을 넘어, 이제 우리는 성을 자신의 생명력을 주체적으로 발현하는 예술적 행위로 재정의해야 합니다. 20대 초반, 저는 정체성의 대혼란 속에서 길을 잃었었습니다. 남들이 정해준 '정답'과 제 안의 '진실'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온라인에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을 만나 대화하고, 바타유나 푸코 같은 학자들의 책을 탐독하면서 서서히 안개가 걷히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아, 내 경험은 상실이나 오염이 아니라, 나라는 우주를 확장하는 당당한 과정이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그 해방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타인의 시선이 만들어놓은 유리 구두에 제 발을 맞춰 넣기를 거부하고, 비로소 제 발로 땅을 딛고 서게 된 거죠. 그것이 바로 제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진정한 의미의 '통과 의례'였습니다.

 

마치며

'첫 경험'에 투영된 민속적 터부와 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는 결코 박제된 과거의 유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류가 문명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해 온 가장 강력한 **‘신체 정치학(Body Politics)’**의 현대적 변용입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의 기록들이 증언하듯,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위생학이 벼려놓은 '순결'이라는 틀에 갇혀 지내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가면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합니다. 억압된 금기 뒤에 숨겨진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직시하고, 성을 주체적인 생명력의 발현이자 고귀한 소통의 언어로 재정의할 때 우리는 비로소 고대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해방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성적 자율성을 스스로 선언하고 실천하는 과정, 그것이야말로 오늘을 사는 현대인이 거쳐야 할 가장 숭고하고도 아름다운 **‘현대판 통과 의례’**가 될 것입니다.

 

전체 출처 및 참고문헌

Arnold van Gennep, 『통과 의례 (Les Rites de Passage)』, 1909.

Michel Foucault, 『성(性)의 역사 1: 지식의 의지 (La Volonté de savoir)』, 1976.

Georges Bataille, 『에로티즘 (L'Érotisme)』, 1957.

Victor Turner, 『의례의 과정 (The Ritual Process)』, 1969.

국립문화재연구원, 『한국의 민속 의례 및 신체 문화 사료집』 - 전통 혼례 및 성 관념 조사.

국립문화재연구원, 『한국 무형유산 종합조사 보고서: 일생의례 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