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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1939) — 마지막에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한 이유

infodon44 2026. 10. 1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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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을 연상시키는 황량한 언덕 풍경
거친 바람이 부는 듯한 황량한 언덕의 풍경이다

 

 

 

《폭풍의 언덕》(1939)의 마지막 장면에는 묘한 변화가 있다. 캐서린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히스클리프 역시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런데 영화는 두 사람의 죽음으로 끝내지 않는다. 마지막 화면에서 두 사람은 유령의 모습으로 황야를 함께 걸어간다.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사랑이 죽음 이후에는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결말이다. 이 장면을 이해하려면 영화가 원작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영화가 생략한 이야기

에밀리 브론테의 원작은 캐서린이 죽은 뒤에도 상당한 분량이 이어진다. 히스클리프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다른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려 하고, 그 과정에서 다음 세대의 인물들까지 그의 복수에 휘말린다. 캐서린의 딸과 히스클리프의 아들, 그리고 힌들리의 아들 헤어턴이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1939년 영화는 이 후반부를 대부분 생략한다. 어린 세대가 겪는 일과 히스클리프의 복수가 남기는 결과 대신,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이 차이는 단순히 긴 소설을 짧은 영화로 줄인 결과만은 아니다. 원작에서는 캐서린이 죽은 뒤에도 히스클리프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가 이어진다. 반면 영화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거의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관객의 관심이 두 사람의 사랑과 상실에 집중된다. 원작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복수의 결과가 화면 밖으로 밀려나면서, 히스클리프라는 인물도 상대적으로 비극적인 연인의 모습으로 기억되기 쉬워진다.

 

## 죽음으로 끝내지 않은 결말

영화의 마지막은 이러한 변화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캐서린이 죽은 뒤에도 히스클리프는 그녀를 잊지 못한다. 그가 죽은 후에는 두 사람이 황야를 함께 걷는 모습이 등장한다.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못했던 만남이 유령의 모습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제작 과정에서의 흥미로운 사정도 있다. 미국영화협회(AF I)의 영화 자료에 따르면, 제작자 새뮤얼 골드윈은 두 주인공이 모두 죽는 결말에 만족하지 않았고, 윌리엄 와일러 감독이 반대했음에도 두 사람이 천국에서 재회하는 마지막 장면을 추가하도록 요구했다. 결국 두 사람의 모습이 겹쳐 나타나며 함께 황야로 향하는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됐다. 이 사실을 알고 보면 결말은 더욱 흥미로워진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장면은 이야기의 필연적인 결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 제작자가 원한 결말과 감독이 처음부터 받아들이려 했던 결말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이미지는 작품 속 인물들의 운명뿐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관객에게 남길 것인가를 둘러싼 제작상의 선택과도 연결돼 있다.

 

## 재회가 바꾸는 히스클리프의 모습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은 앞선 비극을 다른 방향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관객은 두 사람이 현실에서 함께 살아갈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마지막에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함으로써, 그들의 관계가 죽음으로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다는 인상을 남긴다. 물론 이 장면이 앞선 갈등을 실제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살아 있을 때 겪었던 신분의 차이와 선택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도 마지막 재회만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영화는 그 이후의 결과를 길게 보여주는 대신,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마지막 이미지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관객이 극장을 나설 때 기억하는 것은 히스클리프의 복수가 남긴 피해보다 두 연인의 재회일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원작의 후반부를 생략한 선택과 마지막 장면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다.

 

## 마치며

《폭풍의 언덕》(1939)은 원작의 모든 이야기를 옮기지 않았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관계를 중심에 두기 위해 다음 세대의 이야기를 덜어냈고, 마지막에는 두 사람이 함께 걷는 이미지를 남겼다. 그 결과 복수와 파괴가 이어지는 이야기보다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한 사랑이라는 인상이 강해졌다. 이 영화를 볼 때는 마지막 재회 장면만 감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장면이 가능해지기까지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생략했는지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두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결말이지만, 동시에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관객의 시선을 이끄는 영화의 선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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