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문한 해의 마지막 밤, 세상의 모든 것이 정지하는 듯한 섣달그믐. 우리 조상들은 이 밤을 잠들지 않고 깨어 지켰습니다. '해지킴', 또는 '수세(守歲)'라 불리는 이 풍습은 단순히 잠 못 이루는 밤이 아니라, 낡은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영적 통과의례'였습니다. 그 밤의 고요함과 빛, 그리고 사람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는 다가올 새해의 안녕과 삶의 지속을 염원했던 민족의 깊은 철학과 지혜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1. 섣달그믐, '시간의 죽음과 탄생': 해지킴의 존재론적 의미 해부섣달그믐은 음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이자, 다음 해로 이어지는 '시간의 경계'입니다. 이 날은 단순한 하루의 끝이 아니라, 농경 사회 공동체에게는 '시간이 죽고 다시 태어나는' 우주적 전환점으로 인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