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자, 논두렁길 따라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저는 아스라한 옛날의 농촌 풍경을 떠올려 봅니다. 거기에는 꽹과리 소리 드높던 일터의 활력과, 허리 굽혀 서로의 짐을 나눠 지던 따스한 손길이 있었습니다. '두레'와 '품앗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이 협동의 미학은 단순한 노동력 교환을 넘어, 메마른 땅을 기름지게 하고, 갈등을 봉합하며, 한 마을의 생존과 지속 가능성을 견고히 했던 우리 선조들의 위대한 사회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들의 삶 속에 녹아 있던 공동체의 숨결을 지금부터 여러분과 함께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1. 밭뙈기에 새겨진 땀의 서사, 두레: 삶을 일구는 대규모 협동체 두레는 특정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농번기에 공동 노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한, 주로 대규모 농작업을 수행하는 협동체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