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한반도는 예로부터 산악 지형이 70%를 넘는 산의 나라였습니다. 우리 조상들에게 산은 그저 경치 좋은 풍경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자 자원을 내어주고, 때로는 두려움을 안겨주며, 궁극적으로는 생명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이러한 산에 깃들어 민초들의 희로애락을 보듬어 온 존재가 바로 산신(山神)입니다. 단순한 자연 숭배를 넘어, 산신령은 우리 민족의 뿌리 깊은 토착신앙 속에 다양한 얼굴로 살아 숨 쉬는, 다층적인 민속의 보고(寶庫)입니다. 1. 거목 아래 깃든 원초적 생명력, '거수형 산신'의 땅의 축복산신을 떠올리면 대개 수염을 기른 인자한 노인의 모습이나 용맹한 호랑이를 탄 도사 같은 형상을 먼저 그리곤 합니다. 하지만 산신 신앙의 가장 원시적이고 뿌리 깊은 형태는 바로 거대한 나무를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