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를 생각하면 보통 끝없이 펼쳐진 사막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이 영화를 다시 보면 사막 그 자체보다 그 안에 놓인 사람을 보여주는 방법이 더 재미있다. 어떤 사람은 아주 멀리서 점처럼 나타나고, 어떤 순간에는 손가락 끝의 작은 불꽃이 거대한 사막으로 이어진다. 또 로렌스는 옷을 바꿔 입으면서 화면 안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장면들은 서로 직접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는 영화 전체를 하나의 의미로 묶기보다, 서로 다른 장면 세 개를 따로 놓고 보려고 한다. ## 1. 사람보다 먼저 보이는 것은 사막이다알리 셰리프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이상하다. 사막 저편에 무엇인가가 보인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이 분명하지 않다. 아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