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얼굴을 알아봤다고 해서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실제로 누구인지, 무엇을 했는지, 다른 인물과 어떤 관계인지까지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제트》(Z, 1969)는 이 간격을 수사 과정의 긴장으로 활용한다. 사진 한 장이 공격자를 가리키고, 한 인물의 말이 의심을 불러일으키지만, 사건의 배후를 밝히려면 그 단서들을 서로 연결해야 한다. 영화는 1963년 그리스의 정치인 그레고리오스 람브라키스 암살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정치인이 공개 집회 뒤 공격을 당해 사망하고, 당국은 사건을 교통사고로 처리하려 한다. 그러나 부검 결과와 목격자의 증언은 공식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다. 수사를 맡은 판사와 사건을 취재하는 사진기자는 서로 다른 방식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