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1939)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도로시가 집의 문을 열고 오즈의 세계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다. 갈색 기운이 감도는 세피아 화면 너머로 초록색 풀밭과 알록달록한 꽃이 나타난다. 이 장면은 화려한 색을 보여 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관객이 인물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두 공간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발견하도록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이 전환이 디지털 효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1939년에는 오늘날처럼 컴퓨터로 화면의 색을 간단히 바꿀 수 없었다. 제작진은 실내 세트와 의상, 배우의 위치, 카메라의 움직임을 이용해 세피아에서 컬러로 넘어가는 효과를 완성했다. 화면에 나타나는 짧은 순간 뒤에 어떤 촬영 방법이 사용됐는지 알아보면, 이 장면을 조금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