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 컬럼

[과거 '노총각/노처녀'의 낙인, 현대 '비혼주의'의 환상: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실존]

infodon44 2026. 1. 2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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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인간의 삶을 정의하는 언어는 시대에 따라 그 옷을 갈아입습니다. 과거에는 결혼하지 못한 이들을 향해 '노총각/노처녀'라는 멸칭을 가차 없이 던졌다면, 현대는 '비혼주의'라는 세련되고 주체적인 라벨로 그들을 호명합니다. 겉보기에 이들은 '결혼하지 않았다'는 외형적 공통점을 지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회적 폭력의 양상만 달라졌을 뿐입니다. 과거가 결혼을 완수하지 못한 이들을 '결함 있는 인간'으로 낙인찍어 배제했다면, 현대는 비혼을 '당당한 주체적 선택'으로 포장하며 오히려 개인에게 완벽한 삶을 증명해 보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강박을 만들어냅니다. 본 글은 과거와 현재의 미혼 상태를 국립문화재연구원의 사료와 사회학적 담론을 통해 비교 분석하며, 제도적 프레임에 갇히지 않은 개인이 어떻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모색해야 하는지 심층적으로 해부하고자 합니다.

 

1. 과거 '노총각/노처녀'의 사회적 낙인: 가부장제가 설계한 '결함'의 서사

과거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하던 전통 사회에서 개인의 결혼 여부는 단순히 사적인 선택이 아닌, 집단의 안녕과 질서를 결정짓는 공적인 의무였습니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Erving Goffman)**은 저서 **『수치심과 사회적 정체성: 낙인에 관한 비망록』**에서 사회적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개인에게 부여되는 '낙인(Stigma)'이 자아상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예리하게 분석했습니다. 고프먼의 핵심 논지는 낙인이 단순히 한 사람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사회적 정체성 전체를 '손상된 존재'로 전락시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과거 가부장제는 결혼을 성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격 요건이자 인간 구실의 척도로 설정했습니다. 이 엄격한 기준에서 이탈한 이들은 도덕적·인격적으로 무언가 결여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며, 공동체 내에서 정당한 발언권을 상실하고 끊임없는 조롱과 연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의 무형유산: 구비전승·전통지식』**의 관혼상제 기록을 살펴보면, 관례(성인식)와 혼례를 치르지 못한 이는 나이가 들어도 상투를 틀지 못해 '아이(동자)' 취급을 받았던 사례가 빈번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결혼을 인간 존엄과 사회적 지위의 절대적 척도로 삼았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역사적 증거입니다.  제 어릴 적 할머니께서는 저에게 '어려서부터 시집갈 준비를 해야 한다'며, 예쁜 그릇을 보며 '나중에 신랑한테 해줄 혼수'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늘 "빨리 좋은 남자 만나 시집가서 아이 낳고 잘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죠. 한 번은 가까운 친척 모임에서 저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은 이모님께서 아직 미혼이셨는데,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얘는 도대체 언제 시집을 갈 거냐"며 면박을 주고, 심지어는 "누가 데려가겠니"라는 식의 막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모님은 결국 모임을 끝까지 즐기지 못하고 쓸쓸히 자리를 뜨셨는데, 그때 그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저 역시 특정 나이가 지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하면 저도 이모님처럼 저런 취급을 받게 될까 봐 어린 나이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2. 현대 '비혼주의'의 선언과 그 이면: '주체성'이라는 또 다른 강박

오늘날 대두된 '비혼주의'의 선언은 과거의 수동적 낙인에서는 벗어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주체적 선택이라는 화려한 수사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성과 지향적 강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저서 **『액체 현대(Liquid Modernity)』**를 통해 모든 관계가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으로 변하는 현대 사회의 실존적 불안을 심도 있게 다루었습니다. 바우만의 핵심 논거는 현대 사회가 개인에게 무한한 '선택의 자유'를 선사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 선택의 결과가 성공적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가혹한 책임을 떠안긴다는 점에 있습니다. 과거의 비혼이 단순히 '결함'이었다면, 현대의 비혼은 '경제적 능력'이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로 포장되어야만 비로소 사회적으로 인정받습니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또한 저서 **『사랑은 지독한 혼란』**에서 제도적 구속력이 사라진 자리에서 개인이 직면하는 '자유라는 이름의 형벌'을 언급했습니다. 즉, 현대인은 결혼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진 대신 "나 혼자서도 충분히 멋지고 풍요롭게 살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전시하고 과시해야 하는 또 다른 프레임에 갇히게 된 것입니다. 사실 저는 친구들처럼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결혼하지 않겠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주체적인 비혼주의자'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결혼을 할 시기를 놓쳤고, 적극적으로 배우자를 찾아 나설 만큼 절실하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과거처럼 주변에서 "왜 아직 시집 안 가니?" 하며 부담을 주는 사람은 많이 줄었지만, 그렇다고 제가 혼자서 제 삶을 완벽하게 꾸려나가며 매일 만족하며 사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죠. 비혼이 저의 적극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이 만들어낸 현재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3. 관계에 대한 근원적 갈망

인간관계에 대한 근원적 갈망은 시대와 제도의 형태가 변하더라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인간의 본질적인 실존적 욕구입니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는 저서 **『동기와 성격』**에서 제시한 '욕구 계층 구조'를 통해 소속과 애정의 욕구가 인간의 심리적 건강을 지탱하는 필수 단계임을 역설했습니다. 매슬로의 핵심 논리는 인간은 누구나 타인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을 느낄 때 비로소 자아실현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은 이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이 반드시 전통적인 '결혼'이라는 틀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현대의 비혼자들이 혈연을 넘어선 '새로운 부족(New Tribe)'을 형성하거나 취향 중심의 대안 공동체를 찾는 행위는, 제도화된 관계가 채워주지 못하는 정서적 공백을 주체적으로 메우려는 시도입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의 **『무형유산 조사보고서: 사회적 관습 편』**을 통해 보존되는 조선 시대의 '향약'이나 '두레', '계'와 같은 자치적 연대 기제들은, 고대부터 우리 인류가 혈연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관계망을 통해 소속감의 결핍을 해소해 왔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전례이자 증거입니다. 저는 비록 친구들처럼 여러 동호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거나 비혈연 가족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외로움이 밀려올 때마다 혼자 힘들어하기보다는, 소수의 오래된 친구들에게 연락해 마음을 털어놓거나, 우울한 기분이 들 때는 일부러 교회를 찾아가 예배를 드리고 조용히 그 시간을 보냅니다. 때로는 예전 친구의 꿈을 꾸면서 마음속 깊이 연결에 대한 갈망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기도 합니다.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과 유대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는 아직 용기가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마치며

'노총각/노처녀'라는 가혹한 꼬리표가 우리를 위축시켰다면, 현대의 '비혼주의'라는 화려한 간판은 때로 우리의 실존적 고뇌를 기만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가 우리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의 고유한 고독을 어떻게 정직하게 마주하고 누구와 진실되게 연결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입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의 기록들이 보여주는 과거의 연대 의식을 되새기며,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견디고 관계를 맺어가는 모든 삶은 그 자체로 숭고한 존엄을 지닙니다. 우리는 어떠한 사회적 라벨로도 온전히 정의될 수 없는, 오직 하나뿐인 실존하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전체 출처 및 참고문헌 

Erving Goffman (1963), 『수치심과 사회적 정체성: 낙인에 관한 비망록 (Stigma)』.

Zygmunt Bauman (2000), 『액체 현대 (Liquid Modernity)』.

Abraham Maslow (1954), 『동기와 성격 (Motivation and Personality)』.

Ulrich Beck (1990), 『사랑은 지독한 혼란 (The Normal Chaos of Love)』.

국립문화재연구원, 『한국의 무형유산: 구비전승·전통지식』, 2018.

국립문화재연구원, 『무형유산 조사보고서: 사회적 관습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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