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 컬럼

[민속학 컬럼] 심청은 정말 '효녀'일까요? 인당수라는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주체적 인간의 기록

infodon44 2025. 12. 1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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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제 몸을 던진 심청이 이야기, 우리에겐 '효녀'의 대명사처럼 들리죠. 그런데 정말 심청이의 모든 행동을 그냥 '지극한 효심 때문이야!' 하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을까요? 제가 수많은 옛날이야기랑 영웅담을 파고들면서 느낀 건, 심청이가 그 무서운 '인당수'로 발걸음을 옮긴 데는 단순한 희생을 넘어선 '진짜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한 거야!' 하는 굳건한 믿음과 '분명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하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숨어 있었다는 거예요. 타인의 시선에 맞추느라 정작 나를 잃어버리기 쉬운 요즘, 이번 글에서는 심청이 이야기를 딱딱한 '효' 이야기로만 보지 않고, 그녀의 '나다운 선택'과 '굳건한 마음'을 오늘날 우리들의 시각으로 솔직하게 다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그 차가운 바닷물이 정말 끝이었을까요?

 

1. 인당수로 간 심청이: 그냥 효녀가 아니라, '내 선택이 옳아!' 하는 굳은 믿음

인당수로 간 심청이의 발걸음은 단순히 효심에 의한 희생으로만 정의하기엔 그 주체성이 매우 강렬합니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데시(Edward L. Deci)와 리처드 라이언(Richard M. Ryan)의 '자기 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스스로의 내적 동기에 의해 행동을 결정할 때 진정한 자아 성장을 이룹니다. 심청 역시 누가 억지로 밀어서 빠진 게 아니라, 그녀가 직접 걸어갔잖아요. 그때 심청이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오갔을까요? 물론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엄청났겠지만, 그와 동시에 '내가 이렇게 하면 분명히 무슨 좋은 일이 생길 거야!' 하는 강한 기대와 믿음이 있었을 것 같아요. '효'라는 좋은 명분도 있었지만, 사실은 그 뒤에 '이 선택이 틀리지 않을 거야!' 하는 개인적인 용기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숨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인당수로 향하는 발걸음이 효심에 짓눌려 억지로 가는 게 아니라, '내 결정이 결국 다 잘되게 할 거야!' 하는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내디딘 아주 주체적인 발걸음이었다는 거예요. 심청이의 인당수 투신이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강력한 확신'과 '운명을 바꾸려는 의지'의 발현이었다는 해석이 정말 신선합니다. 저도 살면서 심청이의 인당수 투신처럼 어려운 결정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겉으로는 직장인으로서 안정된 생활을 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원만하지 않았던 인간관계, 일종의 모함 등으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달리 방도가 없었던 저로써는 그저 죽 때리고 회사를 다니는 방법밖에 달리 별다른 수가 없었던 상황이었죠. 하지만 풍선도 최고치로 차오르면 터지는 수밖에 없듯이 결국 저도 극도로 심신이 지친 상황에서 회사를 그만 두기로 결정을 하게 됩니다. 결국 제 개인일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게 되었는데 다들 "왜 힘들게 사서 고생해"하면서 말렸어요. 그런데 저는 어차피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는 한계상황에 다다랐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찌 됐든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 열릴 거라는 확신이 나름 컸어요.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들던 그 순간처럼, 저에게도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밖에 없을 거라는 믿음이랄까요?

 

2. 죽음 너머에 숨겨진 '완전 새로운 나'로 변신하는 마법 같은 공간

죽음 너머에 숨겨진 인당수는 심청이에게 정말 무서운 '죽음의 문턱'이었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입구'이기도 했습니다. 민속학자 최운식의 '한국 민속학 개론' 중 박의 상징성과 한국인의 풍요 관념 연구 자료에 의하면, 우리 민족의 옛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선한 마음씨를 바탕으로 고난(인당수)을 거쳐 큰 부와 복을 얻게 됩니다. 흥부가 선한 마음으로 부를 얻고 놀부가 그 반대의 마음으로 벌을 받았듯, 심청의 인당수 투신 또한 주체적인 선행을 통해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또한 신화학자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영웅이 '심연으로의 추락'과 '부활'의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진정한 자아를 완성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청이는 인당수에 뛰어들면서 사람으로서의 삶을 끝내지만, 그다음에는 용궁으로 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결국 황후가 됩니다. 그녀가 몸을 던진 건 죽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완전히 뒤바꾸고 궁극적으로 자기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행위였던 거죠. 저도 저만의 인당수에 뛰어들었던 경험의 연장선에서의 이야기인데요. 처음엔 정말 막막하기도 하고 적응이 안 되고 '난 이제 어떻게 살지?' 하는 절망감에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오히려 '이참에 내 힘으로 내 길을 만들어 보자!' 하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제 일을 하기 위해 사무실도 얻고 하게 되었는데, 물론 심청이의 생사가 오가는 선택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시도가 저의 인생에서는 가장 큰 인당수였던 것 같아요. 물에 뛰어드는 심청이의 그 막막하고도 결연한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달까요.

 

3. 우리 안에 숨겨진 '내 뜻대로 살아가는 용기'와 '흔들림 없는 자기 확신'

우리 안에 숨겨진 심청이의 모습은 현대적인 시선에서 '여성 영웅'의 당당한 발걸음으로 재해석됩니다. 조동일의 '한국문학통사'에서 분석한 민중적 자아의식에 따르면, 심청은 당시 유교 사회의 수동적 여성이 아니라 자신의 희생을 통해 사회적 신분을 수직 상승시키고 아버지의 눈까지 뜨게 만드는 강력한 주체적 자아를 상징합니다. 이건 단순히 남자에게 도움받아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희생하고 변신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고 자기 뜻대로 삶을 살아가는 '여성 영웅'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예요. 옛이야기 속 여성 캐릭터의 의미를 현대적인 시선으로 이렇게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감동스럽네요. 심청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남에게 기대거나 운명에 그냥 맡기는 대신, **'내 확신을 믿고 나만의 길을 찾아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요즘 젊은 친구들 중에서 남들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가치관대로 묵묵히 웹툰을 그리거나 스포츠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심청이가 문득 떠올라요. 남들이 돈이나 남들의 스펙 같은 걸 좇을 때, 자신의 확신을 믿고 묵묵히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에서 진정한 강인함과 희망을 봐요. 그들도 어쩌면 각자의 인생에서 '인당수'와 같은 힘든 시간을 겪고 건너고 있는 게 아닐까요?

 

마치며

심청이는 단순히 '아버지 눈 뜨게 한 착한 효녀'라는 평범한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훨씬 더 깊고 강인한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옛날이야기랑 사람의 마음을 분석한 수많은 자료들을 살펴보니, '인당수'라는 죽음의 문턱을 넘는 심청이의 그 당찬 발걸음 속에는 효심을 뛰어넘는 '내 뜻대로 할 거야!' 하는 자기 확신과 '운명도 내 힘으로 바굴 거야!' 하는 의지가 숨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인당수 앞에서도 흔들림 없었던 심청이의 그 강한 용기처럼, 우리도 각자의 삶 속에서 마주하는 인당수 앞에서 우리 자신을 믿고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 문헌 및 학술적 근거 (References)

최운식 (2002). 한국 민속학 개론. 민속원.

조동일 (1994). 한국문학통사. 지식산업사.

Deci, E. L., & Ryan, R. M. (2000). Self-determination theory and the facilitation of intrinsic motivation, social development, and well-being. American Psychologist.

Campbell, J. (1949). 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 Pantheon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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