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혼례란 혼인을 하는 과정의 모든 의례와 그 절차를 통칭하는 말이다. 혼인이란 두 남녀의 결합이자 두 가족 간의 결합이기도 하다. 개인과 가족 어느 쪽에 중심을 두는 가는 각 사회마다 달라 개인의 결합을 중시하면 혼례는 간단히 치러지지만 가족 간의 결합에 초점을 둔다면 의례절차나 격식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동양권은 가족의 의미가 중시되었으며 우리나라도 지배층의 예였던 주자의 『가례』가 조선후기에는 일반서민들에까지 미쳐 오늘에 이른다.
혼례절차에 있어 정통적인 형태와 실제의 관행과는 차이가 있다. 정통적인 형태는 의혼(議婚) · 납채(納采) · 납폐(納幣) · 친영(親迎)으로 나눌 수 있다. 반면 실제의 관행에서는 의혼 · 대례(大禮) · 후례(後禮) 등의 절차로 이루어진다. 여기서는 실제적인 관행에 입각해 전통혼례의 절차를 알아보자.
1. 의혼
의혼이란 중매인을 통해 서로의 의사를 교환할 때부터 대례를 치르기 이전까지의 절차를 의미한다. 실제의 관행에서는 납채, 연길, 송복, 납폐 등의 절차가 여기에 들어간다.
1) 납채
납채란 양가의 중매인을 통해 내왕 후 여자쪽의 허락을 기다린 다음 신랑 측 혼주가 일정 서식에 맞춰 신부집에 편지를 보내는 것을 말한다. 편지의 서식은 자신의 이름 관직 주소를 적고 혼인의 기쁨을 간단히 적는다. 이를 받은 신부집에서는 신랑집에 다시 답서를 전달한다. 예서에서 이 절차가 실제의 관행으로는 중매인을 통하여 신랑의 사주를 넣은 봉투를 신부의 집으로 보내는 것으로 대신한다.
2) 연길
사주를 받은 신부집은 신랑집으로 택일단자를 보낸다. 이를 연길 혹은 속칭 날받이라고도 한다. 이는 전안과 납폐의 연월일시를 기입한 단자이다.
3) 송복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예물을 보내는 것을 송복이라 한다. 전라도 지방의 경우 신부옷감 · 이불 · 솜 · 명주 · 광목 · 패물 · 술 · 떡을 싸서 이것을 모두 물목기(物目記)에 적어 신부집으로 보낸다. 이 날 신부집과 신랑집에서는 친척들과 함께 잔치를 벌인다.
4) 납폐
납폐는 함 두 개에 하나는 납폐서를 넣고, 하나는 폐백을 넣어 신부집으로 보내는 의식을 말한다. 이를 받은 신부집에서는 상 위에 이를 받고 다시 답서를 신랑집에 보낸다. 납폐서의 서식은 납채와 거의 같고 폐백은 청단, 홍단, 채단이 된다. 실제의 관행으로는 함을 보낸다.
2. 대례
대례란 실제의 관행에서 위의 의혼의 과정을 끝낸 신랑이 신부집으로 가서 행하는 모든 의례를 뜻한다. 초행과 전안지례, 교배지례, 합근지례, 신방, 동상례가 이에 속한다.
1) 초행
신랑과 그 일행이 신부집으로 가는 것을 초행걸음이라고 한다. 일행은 상객, 후행이 포함되고 소동이라 하여 어린이 2명이 함께 하기도 한다. 신랑 일행이 신부집 마을에 도착하면 신부집에서는 안내인을 보내 일행을 맞아 정방에 맞이한다. 여기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고 신랑은 사모관대를 하고 예를 행할 신부집으로 향한다.
2) 전안지례
신랑이 신부의 혼주에게 기러기를 전하는 단계가 전안지례이다. 이는 신부집에서 처음 행하는 의례이다. 전안지례를 위해 신부집에서는 미리 집마당 적당한 곳에 멍석을 깔고 병풍을 친 앞에 전안상을 놓고 홍보를 덮어놓는다. 신랑이 전안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면 하인이 기러기를 손에 쥐어준다. 신랑은 기러기를 상위에 놓고 읍(揖)을 하고 일어서서 4배를 한다. 그 사이에 신부 어머니가 기러기를 치마로 받아 들고 신부가 있는 안방으로 기러기를 던진다. 기러기가 누우면 첫딸 일어서면 첫아들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기러기와 같은 의리를 지키겠다는 뜻이다.
3) 교배지례
교배지례는 신랑신부가 마주보고 절을 하는 의례이다. 전안지례가 끝나고 대례상으로 안내된 신랑은 동쪽에 선다. 원삼을 입은 신부가 손을 가린 한삼으로 얼굴을 가린 채 수모의 부축을 받아 마주 선다. 신랑이 대례상 앞에 나온 뒤에도 신부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신랑이 신부집으로 들어올 때야 머리를 얹기 때문이다. 신랑과 마주한 신부는 수모의 도움으로 재배하고 신랑이 답으로 일 배 한다. 이를 한번 더 반복한다.
4) 합근지례
합근지례란 서로 술잔을 나누는 의식을 말한다. 교배지례후 수모가 상에 있는 표주막잔에 술을 부어 신부에게 주어 살짝 입을 스쳤다가 다시 신랑의 시중을 드는 사람에게 주어 신랑이 마시게 한다. 답례로 시중드는 사람이 다른 표주박에 술을 따라 신랑에서 주면 신랑이 입에 대었다가 시중드는 사람이 다시 수모에게 건네준다. 신부는 다시 입에 대었다가 내려놓는다. 이후 세 번째 잔은 서로 교환하여 마신다.
5) 신방
합근지례 후에 신랑과 신부는 각기 다른 방으로 간다. 신랑은 사모관대를 벗고 신부 집에서 새로 마련해 준 도포나 두루마기를 입는다. 그다음 신랑과 상객은 큰상을 받게 되는데 실제 먹지는 않고 손을 대는 시늉에 그친다. 이 음식은 다시 광주리에 담아 신랑집으로 보내진다. 신랑집은 이것으로 신부집의 음식솜씨를 가늠케 된다. 저녁이 되면 신부집 안방이나 가장 좋은 방에 신방을 차린다. 신랑이 먼저 들어가 혼례복을 입은 신부를 맞는다. 이어 주안상이 들어오고 간단하게 술을 나눈 다음 신랑은 신부의 족두리와 예복을 벗긴다. 이때 가까운 친척들이 신방의 창호지를 뚫고 보는데 이를 ‘신방엿보기’라 한다.
6) 동상례
동상례란 점심 때 전후로 신부집 젊은이들이 모여 앉아 신랑에게 어려운 질문을 하거나 장난스럽게 신랑을 짊어지거나 대들보에 묶어 발바닥을 매로 때린다. 이때 장모가 나와 말리면서 음식을 내어온다.
3. 후례
혼례의 주축인 대례 이후에는 신부가 신랑집으로 오는 의식과 온 이후에 행하는 의례를 치르게 된다. 이 일련의 것을 후례라고 한다. 실제의 관행에서는 후례에 우귀 현구례 근친 등의 단계를 치르게 된다.
1) 우귀
우귀 또는 신행이란 신부가 시집으로 오는 것을 말한다. 예서에는 당일에 오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의 관행으로는 당일도 있지만 3일 뒤, 심지어 몇 달만이라 해를 넘기는 경우도 있다 이를 달묵이, 해묵이라 한다. 이러한 달묵이, 해묵이 시에는 신랑이 몇 차례 신부의 집에 오간다. 이것을 재행 혹은 재행걸음이라 한다. 신부가 우귀 할 때는 신부 외에도 상객 하님 짐꾼이 뒤따른다. 신부가 가마를 탈 때는 가마 위에 호피를 올리고 신부의 방석 밑에 목호씨와 숯을 둔다. 신부가 시부모와 시가 어른들에게 절을 하는 것을 현구례 또는 폐백이라고 한다. 이때 신부집에서 장만해 온 음식과 과일로 상을 차리고 술을 따라 올린다. 어른들은 절을 받으며 예물을 건네거나 대추나 밤을 치마에 던지며 축원한다.
2) 근친
근친이란 신부가 시집 생활 후 처음으로 친정에 가는 것이다. 근래에는 우귀 후 7일만에 근친을 가지만 옛날에는 시가의 농사 수확 후 떡과 술을 빚어 근친을 갔다.
마치며
전통 혼례의 소박한 아름다움 속에서 기러기의 교환은 신부와 신랑 사이의 지속적인 헌신과 깨지지 않는 유대를 상징한다. 각 복잡한 절차를 통한 신성한 결합은 시대를 초월한 사랑, 존중, 사랑의 가치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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