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민속극은 고대의 농경 의식과 장례 의식으로부터 발전한 연극 양식이다. 특히 진도 다시래기는 상을 당해 슬픔에 빠진 가족들을 위한 공동체적 위로 의례와 스토리텔링의 뛰어난 결정체이다.
1. 민속극의 시초
민속극의 시초는 농경의례나 장례의식과 같은 여러 원시 종교의식으로부터 나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풍농과 풍어를 기원하거나 상을 당했을 치르던 농경의식이나 장례의식이 진화해 연극양식(민속극)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2. 민속극의 종류
민속극의 종류에는 가면극을 비롯해서 민속인형극, 그림자극, 판소리 등이 속한다. 그 외에도 농악, 굿의 난장이나 잡색놀이도 이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처럼 제의성이 짙은 연극양식은 모두 민속극의 범주로 넣을 수 있다. 이 같은 민속극의 연극성으로 인해 희곡적 문학성보다는 춤·마임과도 같은 연출성이 짙다. 또한 민속극은 축제의 형태로부터 나왔으므로 놀이성도 짙다.
3. 진도 다시래기
진도 다시래기는 전라남도 진도에서 행하던 민속놀이이다. 상주와 유족들의 슬픔을 덜어주고 위로하기 위해 행했던 성인남자놀이의 일종이다. 진도 다시래기는 1985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출상(出喪) 전날 밤에 친지와 동네사람들이 상을 당한 집 마당에 모여 밤늦도록 놀이판을 벌인다. 전라남도 중동지방(中洞地方)에서는 ‘대어린다’라고 하고 진도에서는 ‘상여흐른다’라고도 한다. 다시래기놀이는 주로 진도를 중심으로 한 인근 도서지방으로 이어져 내려왔다. 또한 경상북도지방에서도 ‘대울’이라는 상여놀이가 있다.
진도의 다시래기는 연극적인 구성을 가진 놀이로, 놀이방법은 각각 아래와 같다.
1) 사당 놀이
첫 번째는 ‘사당놀이’로 시작한다. 우선 풍장을 울려 신명을 돋운다. 일단 흥을 올라가면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먼저 노래를 시작하고, 마당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받는 소리로 함께 제창한다. 노래의 종류는 「육자배기」로 시작하여 「물레타령」·「산아지타령」·「진도아리랑」·「둥당에타령」 등의 민요가 불려진다. 노래가 점차 가속이 붙으면서 춤과 북놀이, 설장고 등이 함께 하는데 이 전체를 일명 ‘사당놀이’라고 한다.
2) 사재놀이
두 번째는 ‘사재(사자)놀이’이다. 이는 일종의 촌극이다. 도사자가 문서책을 살펴본 다음 일직사자·월직사자에게 “아무 데 사는 공방울이란 놈이 살아생전 못된 짓을 하였다. 부모에게 불효, 동기간 일가친척 간에 반목하고, 욕심으로 남의 재물을 탐내고, 동네 부녀자 우롱하고, 행실이 어이가 없으니 그놈을 잡아오렷다.” 하며 호령한다. 사자들은 장내를 한 바퀴 돌아서 공방울의 동네로 간다.
하지만 실제 공방울은 부모 형제 일가친척 주변사람 모두에게 잘한 선한 사람이라 잡아갈 수 없어 도사자에게 다시 문서책을 검토해보라고 말한다. 도사자는 다시 문서책을 살펴본 후 그곳이 아닌 건너 마을에 사는 동명이인 공방울이라 말한다. 그 마을에는 이미 마을사람들이 엄청난 죄를 지은 공방울을 멍석말이를 시키고 있다. 주민들은 기꺼이 사자들에게 공방울을 내주어 더 이상 도망갈 곳도 없이 죽게 된 공방울이 목놓아 신세타령을 지르며 끝이 나게 된다.
3) 상제놀이
세 번째는 ‘상제놀이’이다. 지팡이를 든 꼽추가 땅을 더듬더듬 짚어가며 등장해 꼽추춤을 신명나게 춘다. 춤을 마친 후 “우리 동네 공방울이 죽었으니 다시래기나 하러 가세.”라고 말한다. 이에 동네사람들이 우르르 공방울네 집으로 가 문상하는데, 정작 상주 역를 맡은 사람은 동네 사람들의 절도 무시한 채 음식만 집어먹는다. 사람들이 항의하자, 며칠 동안 곡만 하느라 곡기를 끊어 배가 고파 그랬다고 핑계를 댄다. 상주역을 맡은 사람은 진짜 상주에게 가서, 흉년에 밥만 축내는 늙은이가 죽었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농을 던지며 이제 다시래기가 시작될 텐데 만약 자신들의 재기를 보고 상주가 웃으면 통닭죽을 쒀달라고 청한다.
4) 봉사놀이
네 번째는 ‘봉사놀이’이다. 봉사와 봉사마누라가 나와 봉사는 장단에 맞추어 익살스런 춤을 춘다. 담뱃대를 찾기도 하고 오줌을 바지에 누었다고 법석을 떨고 마누라를 부르며 구경꾼 중 한 여자를 껴안기도 한다. 그 사이에 등장한 중이 봉사마누라와 눈이 맞자 꼽추는 봉사 흉내를 내면서 독경을 한다. 봉사마누라의 바람기를 꾸짖은 뒤 퇴장한다.
5) 상여놀이
마지막 다섯 번째는 상여놀이이다. 잘 단장된 빈 상여를 메고 마당을 돌며 실제 상여가 나가는 과정을 연출한다. 놀이가 끝나면 유족들은 다음날 상여를 잘 부탁한다며 술과 음식을 대접한다.
다시래기는 이와 같은 절차를 모두 행하는 것은 아니다. 상가의 명성과 부의 정도에 따라서 절차의 종목 수가 달라진다. 다시래기 행사는 진도읍내와 같이 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상가의 일가친척과 친지, 그리고 그 집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서는 온 동네 사람 모두가 함께한다. 이런 경우 다시래기 행사는 마을의 축제와 같은 양상을 띤다. 상갓집에서 음식을 먹으며 흥겨운 놀이를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래기의 내용은 뚜렷하게 정해진 각본이 있는 게 아니고 다분히 즉흥성이 있다. 행사의 종목이나 순서는 일정한 틀이 있으나 놀이에서 이루어지는 노래·춤·대사·동작 등은 즉흥적이다. 촌극은 가능한 한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고, 노래·춤·동작까지 곁들여지는 오락놀이이기 때문이다.
마치며
민속극의 형태를 띤 진도 다시래기는 상을 당한 집을 위로하고 동시에 당시 선조들에게 자신의 정서를 표출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주었다. 또한 오늘날에도 시대를 초월한 공연을 통해 공동체와 전통의 구조가 하나로 엮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