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풍수의 유형은 크게 나누어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도읍이나, 주나 면 같은 큰 단위 면적의 풍수를 보는 양기 풍수와 개인의 주택과 관련한 양택풍수, 묘지 자리를 보는 음택 풍수가 그것이다. 현대에도 집안팎의 에너지 흐름과 공간 배치를 중시하듯이 이와 관련해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만나보자.
1. 양택풍수와 음택풍수
도읍이나 지방 행정 단위인 주, 부, 군, 현, 혹은 마을과 같이 단위가 큰 취락풍수의 경우에는 양기풍수라는 말을 쓴다. 개인의 주택과 관련된 풍수는 양택풍수라고 하며, 산소의 자리와 같은 묘지풍수는 음택풍수라 한다. 하지만 위의 세 가지 풍수 종류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설심부』에 “양택은 음택과 달리 그 땅의 면적이 넓어야 한다. 양택은 좁으면 안 된다”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해의(解義)에서도 동일한 내용이 나온다. “양택은 사람 거주하는 곳이고 음택은 묘지이다. 양택이든 음택이든 그 조산(祖山) · 내룡(來龍) · 과(過) · 협(峽) · 기(起) · 정(頂)과 청룡 · 백호 · 조산(朝山) · 안산 · 나성(羅城) · 수구 등을 본다는 점에서 같은 것이고 거의 다르지 않다. 다만 양택의 경우는 그 혈장이 넓어야 하고, 음택의 경우는 혈장이 좁아 꽉 들어찰 수 있어야 한다” 이로써 양지(陽地)는 면(面)이요, 음지(陰地)는 선(線)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양택은 반드시 그 지형이 편평하고 넓어야지, 좁으면 옆 집과 가깝게 붙게 돼 좋지 않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수의 산과 물이 모여있는가 하는 규모에 따라 양기의 종류가 달라지는데 『양택대전』에서는 “제일 넓은 곳에는 성(城)이, 그 다음 규모에는 군(郡)이, 그보다 작으면 읍(州邑)이, 그리고 아주 작은 곳에는 향촌(鄕村)이 들어선다”고 나온다. 대지확보에 따른 인구 수용의 측면, 그리고 식수 및 생활용수의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매우 합리적인 이론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양택대전』에서는 평야는 득수가, 산곡인 경우에는 장풍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돼 있다. 평야는 관평이라 좋지만 대체로 큰강과 붙어 있어 수해(水害)든 한해(旱害)든 강의 피해에 대한 대책이 가장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경우는 득수법에 따른 풍수술을 따라야 한다. 산곡의 경우는 수해의 문제는 크게 없으므로 오히려 장풍법에 치중해 요풍(凹風) 등 국지 기후적 영향을 안 받는 곳, 다시 말해 주변 산세에 둘러싸여 안온함을 유지할 수 있는 지형을 선택해야 한다.
양택에 있어서는 3가지를 중시하는데 대문과 주로 거처인 방 또는 대청, 그리고 부엌이 그것이다. 대문 · 안방 · 부엌은 현대의 주택 계획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을 생각할 때, 이들의 배치방식을 논한 것은 매우 타당하다 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곳이 바로 대문이었는데 이를 기(氣)가 들어오는 곳으로 생각했고 이는 사람에 있어서 입에 해당한다. 입이 건강하면 호흡과 음식 섭취가 용이하듯이 기(氣)가 들어오는 대문이 바르면 신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사람들의 출입 또한 용이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음택에 있어서는 시신이 직접 묻히게 될 광중(壙中)(시신을 묻을 구덩이)을 찾는 데에 정혈과 좌향이 중시되었다. 정혈이란 풍수 상 생기가 집중적으로 모이는 곳을 말한다. 좌향이란 방위에 관계된 이론이다. 이를 위하여 무수한 방법이 나와 있다. 방위를 결정하는 방법으로는 조안(朝案) · 분수합수(分水合水) · 천심십도(天心十道) · 태극 등의 정혈법, 이십사향(二十四向) · 팔십팔향(八十八向) 등이 있고 십오도수법(十五度數法) · 향향발미법(向向發微法) 등은 산수방위에 따른 길흉해석 방법이다.
2. 길지의 6가지 지리조건
조선 후기 택리지를 저술한 실학자이자 유학자였던 이중환(李重煥)에 따르면 양기 · 양택 · 음택 포함, 길지는 다음 6가지의 지리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수구
수구(하수도나 저수지 따위에서 물을 끌어들이거나 흘려 내보내는 곳)는 너무 넓지 않고 반드시 일정한 물길이 있어, 안으로 평야로 연결되는 곳이 좋은데, 이러한 물길은 서로 겹칠수록 좋은 지세라 하였다.
2) 야세
야세(野勢)는 사람이 양기(陽氣), 즉 햇빛을 듬뿍 받을 수 있는 광야를 길지라 생각했다.
3) 산형
산형(山形)은 주위의 산이 너무 높아 압도하는 느낌의 지형은 좋지 않게 생각했다. 이런 곳은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며 밤에는 때로 북두성도 보이지 않아 가장 좋지 않다 여겼다. 이러한 곳은 그늘져 냉한 기운으로 안개도 자주 끼며 잡귀가 침범해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 큰 들판에 낮은 산이 둘러진 경우는 이를 산으로 생각하지 않고 모두 들이라 생각했다.
4) 토색
토색(土色)은 모래가 많이 섞여 있는 흙으로 굳고 미세하면 우물이 차갑고 맑다 하여 좋은 땅으로 여겼다. 이런 곳은 그 위에 바로 묘지를 두지만 않는다면 음택으로 써도 무방한 땅이다.
5) 수리적 조건
수리적으로는 물이 없는 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므로 산과 물이 서로 어우러져 조화의 묘를 이루는 곳을 길지로 여겼다.
6) 조산
조산(朝山)(풍수지리설에서, 혈을 향하여 이어져 내려오는 우뚝우뚝 솟은 산봉우리)은 멀고 가까운 것은 상관이 없으며 사람의 기분상태를 편안하게 해 준다면 길상(吉相)이다. 물이 흘러드는 방향도 작은 하천이나 계곡 같은 경우에는 역으로 흘러드는 것이 길상이나 큰 하천이나 계곡의 경우에는 역으로 흘러드는 곳이 결코 좋지 못하다 생각했다. 물이 흘러오면 반드시 용과 방향을 같이 하여 그 음양을 합하고, 또 느리고 굽이지게 흐르는 것을 좋게 생각해 직방으로 흐르는 곳은 좋지 않다 생각했다.
마치며
풍수는 흔히 풍수사상이라 말한다. 따라서 이는 민족정신과 관습이 그대로 계승된 형태라 할 수 있다. 풍수사상을 알아봄으로써 우리 선조들의 자연관 · 토지관 · 지리관을 도출해 낼 수 있다. 나아가 그들의 지혜와 삶을 대하는 자세까지도 배울 수 있다.
'민속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시대의 무속 (0) | 2024.05.03 |
---|---|
조선시대의 민간신앙과 개화기 이후 (0) | 2024.05.03 |
놀이 - 아이들의 놀이와 아낙네들의 놀이 (0) | 2024.05.03 |
세시풍속 (0) | 2024.05.03 |
상례 (0) | 2024.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