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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

상례

by 하이델베르그 2024. 5. 3.

 

상례 관련 관 이미지

 

서문

상례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상례는 인간의 죽음에 예를 갖춰 조상신으로 모시고 가계를 계승하고자 하는 죽음 의례이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고려 말부터 유교식 상례가 전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유교식 상례는 중국으로부터 들어왔지만 우리 문화에 맞게 고유문화로 토착화되었다.

 

1. 우리나라 상례의 특징

1) 다양한 외래 종교와의 융합

고려 말부터 『가례(家禮)』가 규정한 유교식 관혼상제(冠婚喪祭)가 우리나라에 자리를 잡으면서 상례 또한 유교식 전통으로써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례는 우리나라의 고유문화와 신앙 민속, 그리고 불교, 도교 등 다양한 외래 종교들과 융합되어 있다.

 

2) 사후 세계를 인정

우리나라의 민속신앙은 사후 세계를 인정한다. 유교식 상례와 우리나라 민속 신앙과는 서로 다른 사후관을 갖고 있다.

유교식 상례는 사후 세계를 부정해 사람이 죽으면 그대로 소멸한다고 믿는 현세 중심적인 사고에 기반한다. 그래서 고인의 시신은 땅에 묻고, 영혼은 조상신으로 생각해 사당에 모시지만 사대봉사(四代奉祀)(고조·증조·조부·아버지의 사대 신주(神主)를 집안 사당에 모시는 일)의 기한이 다하면 영혼은 사라진다고 여겼다. 하지만 우리나라 민속 신앙에서는 사후세계를 인정해 이승과 저승으로 구분하고, 불교와 기독교 등에서도 천당과 지옥이라는 사람이 죽은 후 가는 세계를 인정하고 있다.

이기론(理氣論)에 기반한 성리학적 관점으로는 귀신과 사후세계를 인정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상례는 사후 세계를 인정하는 요소들이 많다. 초혼(招魂)으로 혼백을 불러 모신다음 다시 고인을 저승길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저승사자를 대접하는 사잣밥을 올린다. 저승사자, 봉황, 용 등으로 아름답게 차려진 상여에도 우리나라 민속신앙과 불교, 도교의 사상이 융화되어 있다. 상여가 갈 때는 어김없이 “저승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저승일세”라는 상여소리를 낸다. 매장 시에도 좋은 흙으로 덮어야 한다는 민속신앙에 따라 ‘취토(取土)라 하여 길한 방위에서 흙을 떠 오고 회다지를 할 때도 ‘회다지소리’(시신을 땅에 묻고 흙과 회를 더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부르는 경기 민요)를 한다. 장지(장사하여 시체를 묻는 땅)도 사주(四柱)에 맞는 방향을 선택하고 풍수(風水)에 따라 좋은 명당(明堂) 자리를 찾는다. 또한 위호(衛護)라고 무당에게 상례와 조상 제사를 특별히 맡기기도 하였고, 고려말 조선초부터는 향도(香徒)가 지역 사회의 상례를 전담하면서 노래와 춤으로 흥을 돋우며 상례를 치렀다. 이들 향도는 조선 후기에 상두계 혹은 상여계로 발전했는데 이는 마을에서 집단으로 상례를 치르는 문화였다. 시신을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다. 유교식 상례는 죽음을 무서워해 화장을 통해 시신을 되도록 빨리 처리하려는 것이다. 시신을 단기간에 화장해 죽은 이의 영혼을 이승과 빨리 분리시키고자 하는 죽음관이다. 반면 한국의 상례는 죽음을 아쉬워해 조상을 숭배하고 기리면서 상례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죽음관이다. 달을 넘겨 장사(葬事)하는 유월장(踰月葬)과 기본적으로 삼년상이 원칙이다.

 

 

2. 상례의 단계

상례는 여러 단계로 진행되는데 각 단계마다 목적을 갖고 있다. 우선 고인의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 즉 장사를 지내는 과정이 초종의에서 급묘까지의 단계이고 남은 자들의 슬픔과 충격을 달래는 단계가 우제부터 길제까지이다. 또 고인을 조상신으로 받들고 가계의 계승을 정상화하는 단계가 상제 혹은 흉제라고 하는 지점이다. 이 과정에서 남은 자들의 충격과 아픔을 완화시키는데 삼년상이 필요했다. 한국의 상례에는 네 가지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고인, 영혼, 조상신, 상주가 그것이다. 또 이들을 위한 네 가지 의례로 구조화되어 있다. 첫째는 ‘고인을 위한 의례’로, 상례 처음 부분에 치러지는 시신 처리를 위한 의례이다. 둘째는 ‘영혼을 위한 의례’로, 고인이 조상신으로 화하기 전 단계인 고인의 영혼과 관련된 의례이다. 셋째는 ‘조상신을 위한 의례’로, 시신을 묻은 후 고인을 완전한 조상신으로 승화시키는 의례이다. 넷째는 ‘상주와 그의 혈족을 위한 례’로, 상주를 고인의 상례를 주관하는 입장에서 새롭게 가계의 대를 이을 사람(계승자)으로 인정하는 의례이다. 이 네 주체의 의례는 상호작용을 하면서 3년간에 걸친 대장정을 펼친다.

 

3. 슬픔 극복을 위한 의례

상례의 의미는 흔히 효의 실천에 둔다. 그러나 상례는 가장(家長)의 상실로 인한 슬픔을 극복하고자 하는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의례이기도 하다.  극복 방식은 돌아가신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적응이 될 때까지 긴 기간 그를 기리고 생각하는 아래의 2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1) ‘3’의 여운

 

첫째는 ‘3’이라는 숫자에 표현된 여운이다. 영혼을 부르는 초혼(招魂)을 할 때는 반드시 3번을 반복해서 불러야 혼이 이승으로 돌아오고, 고인의 시신은 3일에 걸쳐 깨끗하게 처리해야 한다. 3일이 지나야 마음을 그나마 진정시킬 수 있고 상주로서 비로소 고인의 죽음을 인정하고, 세 단계의 우제를 치름으로써 비로소 고인이 조상신으로 승화됐다 생각한다.

 

2) 반복과 추가

둘째는 ‘반복과 추가’로 아쉬움을 표현한다. 소상으로는 부족하여 다시 대상을 치르고, 다시 또 담제와 길제를 올린다. 이로써 망자는 조상신으로 화하고 상주는 가계를 계승한 사람으로서 일상으로 돌아와 상례를 마무리한다. 이러한 슬픔과 그리움의 표현으로 충격이 완화되어 고인이 조상신이 되었음을 점차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추가와 반복을 통한 시간적 연장은 가족을 잃은 상황 속 위기 극복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마치며

상례는 죽음과 애도를 다루는 과정에서 가족과 사회의 결속을 강화하며, 돌아가신 사람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는 중요한 시간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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