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영화의 총격전은 보통 빨라야 한다. 누가 먼저 총을 뽑았는지, 누가 쓰러졌는지를 순식간에 보여주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관객도 그 속도에 맞춰 장면을 따라간다. 그런데 샘 페킨파의 **〈와일드 번치〉(1969)**는 마지막 총격전에서 이 흐름을 이상할 정도로 붙잡아 놓는다. 사람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느리게 보여주고, 한쪽에서 벌어진 움직임을 다른 위치의 카메라로 다시 보여준다. 처음에는 이것이 단순히 총격전을 더 강렬하게 보이게 만드는 연출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이미 본 총격 장면을 왜 다시 보여주고, 죽어가는 사람의 움직임을 왜 굳이 느리게 보여주는 것일까?** 나는 〈와일드 번치〉의 폭력을 이해하는 데 이 질문이 꽤 중요하다고 본다. ## 1. 페킨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