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 울린다. 그렇게 오래 만들어 온 종이 드디어 소리를 낸다. 주변 사람들은 기뻐한다. 그런데 정작 종을 만든 보리스카는 울기 시작한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조금 이상했다. 보통이라면 여기서 웃거나 환호할 것 같다. 어려운 일을 해냈고,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줬으니까. 그런데 보리스카는 주저앉아 울면서 안드레이에게 아버지가 종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나면 앞에서 보리스카가 했던 행동들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그는 대체 무엇을 알고 있었던 걸까?
## 1. 종이 울리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종을 만드는 과정은 아주 길다. 흙을 고르고, 종을 넣을 자리를 만들고, 사람들이 달라붙어 작업한다. 보리스카는 그 일을 자신 있게 지휘한다. 하지만 아무리 작업이 잘 진행되는 것처럼 보여도 마지막 결과는 아직 모른다. 종이 실제로 울려야 한다. 그 순간까지 보리스카의 자신감도, 그가 했던 말도 결과를 대신해 줄 수는 없다. 큰 종이 완성됐다는 것과 제대로 된 소리를 낸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래서 마지막에 종이 울리는 순간이 묘하게 긴장된다. 이제야 그동안 사람들이 들인 시간과 노동이 실제 결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은 울린다. 그런데 그 직후 보리스카에게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나온다.
## 2. 성공하고 나서야 거짓말이 드러난다
보리스카는 아버지가 종 만드는 비밀을 자신에게 알려줬다고 말해 왔다. 그래서 사람들도 그 말을 믿고 그에게 일을 맡겼다. 그런데 종이 울린 뒤 그는 안드레이에게 사실 아버지는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이 장면이 재미있는 이유는 여기서 보리스카를 그냥 거짓말쟁이라고 부르기가 애매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종은 만들어졌다. 반대로 종이 울렸으니 보리스카에게 특별한 장인의 비법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다. 영화는 그가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다. 보리스카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일이 실제로 끝까지 갔다.
## 3. 보리스카가 실제로 한 일
여기서 보리스카를 숨겨진 천재처럼 보는 것은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종은 보리스카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흙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고, 큰 구덩이를 파고 작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거대한 종 하나를 완성하려면 많은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보리스카가 한 일은 그 사람들을 움직이면서 작업을 계속 진행시키는 것이었다. 흙을 준비하게 하고, 필요한 작업을 지시하고, 문제가 생겨도 물러서지 않는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게 만든 상태에서 실제 작업을 끌고 간다. 나는 오히려 이 부분이 보리스카의 가장 특이한 능력처럼 보였다. 그가 완벽한 장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의 책임을 떠안았고, 결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 이건 생각보다 큰 차이다.
## 4. 왜 성공한 다음에야 말했을까
만약 보리스카가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사실 나는 종 만드는 법을 모른다"고 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아무도 그에게 일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했다. 아버지에게 비법을 배웠다고 말하고, 사람들에게 작업을 시키고, 자신 있게 다음 일을 결정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종이 완성됐다. 그리고 종이 울렸다. 그제야 보리스카는 더 이상 그 역할을 계속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신이 두려워하던 결과가 이미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눈물이 단순히 기뻐서 우는 장면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린 것에 가깝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5. 나는 보리스카의 성공을 조금 다르게 보고 싶다
이 장면을 보고 나면 흔히 보리스카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보리스카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우연히 성공한 사람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는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작업을 끌고 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실제로 종을 울렸다. 나는 이 점이 이 장면을 더 재미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보통 성공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에게 원래부터 특별한 능력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보리스카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모르는 것이 있는 상태에서도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고, 일단 시작한 뒤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일을 끝까지 밀고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리스카는 바로 그런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장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실 종소리만은 아니다. 종이 울린 뒤에야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몰랐는지 털어놓으며 우는 보리스카의 모습이다. 종은 성공을 알리는 소리를 냈지만, 보리스카의 눈물은 그 성공 뒤에 감춰져 있던 두려움을 보여준다. 나는 그래서 이 장면을 단순히 '한 소년이 어려운 종을 만드는 데 성공한 이야기'로 보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숨긴 채 시작한 일이 실제 결과로 이어졌을 때, 그 사람에게 무엇이 남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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