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우리나라의 무속은 그 독특한 사고체계와 의식들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문화와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서 우리나라 무속신앙의 다양한 사고체계에 대해 알아보자.
무속에서의 신관
신병이 내려 무당으로서의 길을 받아들이게 되는 신의 체험은 무당에게 새로운 신관·우주관·영혼관·내세관을 갖게 한다. 무속에서의 신관은 자연에 깃든 모든 신성을 믿는 다신적 신관(自然神觀)이며, 신의 실재 속에서 신이 모든 만물의 생사 길흉을 주관한다고 믿는다. 무속에서 믿는 신은 자연신계통과 인신(人神) 계통으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전국적으로 조사, 확인된 무신은 273종이다. 자연신계통의 무신은 하늘과 해, 달, 땅, 산, 길, 물, 불, 바람, 나무, 돌, 동물과 같은 자연물에 깃든 신들과 사람이 죽었을 때 이를 명부를 통해 확인 한다는 명부신, 질병을 관장하는 역신, 농사를 관장하는 농사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인신계통의 무신으로는 왕, 왕녀, 왕비, 장군, 장군부인, 대감, 도교 등의 신이 있다. 이는 주로 지신이나 산신, 수신, 장군신 순으로 많다. 무속의 신관형태를 보면 인신(人神) 계통의 신들은 대체로 인격을 갖춘 형태로 나타나지만 자연신의 경우에는 간혹 자연의 정령(精靈) 상태 그대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들 신들은 모든 것이 가능한 무한한 능력자로 현현한다. 하지만 무신은 인간에게 유리한 무언가를 미리 알려주는 식으로 도움을 주기보다는 지은 죄에 대한 응징으로 무서운 고통을 주기 때문에, 비록 인간을 지켜주는 선신(善神)이라 해도 늘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공포는 신성(神聖)에 대한 경외를 갖게도 한다. 무속에서는 인간의 모든 운명 일체가 신의 뜻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신간에도 상하가 있어 천신이 최고신이고, 그 바로 밑 상층신으로는 일월성신·제석신·칠성신 등이 되며, 중층신인 지상의 산신·용신·지신, 하층신으로 걸립신·하졸(下卒)·잡귀들이 속한다. 이와 같이, 무신은 최고신·상층신·중층신·하층신의 네 개의 계급으로 나뉜다. 또한 무신들 에게는 각기 인간을 위한 역할이 있는데, 이들이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신들의 티격으로 인해 인간이 화를 입게 된다고 생각한다.
무속에서의 우주관
무속에서는 우주가 천상·지상·지하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이들 3계의 우주층이 모두 각기 해와 달과 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천상에는 우주의 삼라만상을 주관하는 천신을 비롯해 일신·월신·성신과 그 시종들이 있고, 지상에는 인간과 날짐승, 들짐승 그리고 산신을 비롯한 일반 자연신이 있고, 지하에는 인간의 사령(死靈)과 그 사령을 통제하는 명부신들이 산다고 생각한다. 천상계는 말그대로 인간이 늘 동경하는 유토피아적 세계로 병과 죽음도 없으며, 늘 꽃이 피고 새가 우는 선계(仙界)로 믿고 있다. 지하계는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으로 생전의 행적에 따라 지옥과 낙원으로 가는 곳이 달라진다. 지옥은 암흑계로 고통스러운 형벌이 영원히 지속되는 형장이다. 낙원은 행복한 영생의 세계로 낙원이 우주 3계 중의 어느 곳이라고는 확실치 않고 그저 극락이나 저승이라고 말해진다 다. 저승은 막연하게 ‘저승 간다’는 식으로 지상에서 가는 먼 곳, 수평적 의미라서 이승과 저승의 차이는 ‘모랭이(모퉁이)를 돌아간다’는 식으로 표현된다. 이에 비하여 천상계는 “하늘로 올라간다‘는 식으로 천상계는 지상에서 수직으로 오르내린다고 믿고 있다.
무속에서의 영혼관
혼은 인간의 영을 뜻하며 넋·혼·영·혼백·혼령 등과도 같은 의미이다. 무속에서의 영혼관은 인간은 육신과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영혼이 밖으로 나가면 육신은 죽는다고 믿는다. 또 영혼은 육신이 죽은 뒤에도 새로운 사람에게 들어가 다시 세상에 태어나거나 내세인 저승으로 가서도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로 믿는다. 이를 무속에서는 영혼이 사령과 생령 두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사령은 사람이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영혼이고, 생령은 살아 있는 새로운 사람의 몸속으로 다시 들어간 영혼이다. 사령도 다시 선령과 악령으로 나뉘는데 조령과 원귀가 그것이다. 무속에서는 영혼이 살아 있는 사람과 같은 인격을 갖고 있다 믿어 살아있는 사람과 다르지 않게 대우한다. 영혼의 모습도 살아있는 사람과 같은 형태의 영상을 갖지만 꿈이나 환상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평상시는 볼 수 없는 무형의 에너지와 같은 것이라 믿고 있다. 영혼은 또 시간이나 공간의 제한이 없고 공중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불멸의 전지전능한 존재라 생각한다. 그러나 늘 죽음의 기운을 담고 공포를 수반해 영혼을 도외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무속에서의 내세관
무속의 내세관은 영혼관이 바탕이 되어 사후에 영혼이 영원히 불멸한다고 생각한다. 무속에서는 내세에 극락과 지옥 둘 중에 하나로 간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명부로 가서 생전의 선악에 따라 선한 영혼은 극락으로 보내어 영원히 살고 악한 영혼은 지옥으로 가서 영원한 형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속에 나타난 이러한 내세관은 불교의 내세관과 동일한 것으로 보아, 불교의 영향으로 변질된 것으로 보인다. 불교 영향을 받기 전에는 현세를 이승, 내세를 저승이라 하였고 저승은 현세와의 인연을 완전히 끊고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는 이상향적 유토피아로 생각했다. 이처럼 무속의 내세관에는 종교적 구원관념이 없다. 기독교나 불교 등의 종교는 신앙에 따른 종교적 구원으로 내세에 이르게 된다고 믿지만 무속에서는 현세에서의 특정 신앙이나 종교적 구원이 아닌 자연적 순환의 의미로 생각한다. 다시 말해 사람이 죽으면 사람이 원래 왔던 곳인 저승으로 되돌아간다는 순환적 의미로 생각한다. 이처럼 무속의 내세관은 고등종교가 가미되기 전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며
우리나라 무속의 사고체계에 대한 고찰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관의 뿌리를 알아가는데 중요한 핵심 키의 역할을 한다. 이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아 존중하고 보존함으로써 무속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이해와 연결성을 찾을 수 있다.
'민속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국, 고려, 조선의 풍수 (0) | 2024.05.03 |
---|---|
민속춤 (1) | 2024.05.03 |
전통놀이 – 남자들의 놀이와 마을 전체의 놀이 (0) | 2024.05.03 |
고려시대의 민간신앙 (0) | 2024.05.03 |
고대의 민간신앙 (0) | 2024.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