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속녀》를 처음 봤을 때는 캐서린이 마지막에 모리스를 거부하는 장면이 가장 강하게 남는다. 한때 그 사람을 기다리며 마음을 졸였던 여자가 이제는 문을 잠그고 돌아서 버린다. 그래서 이 장면을 흔히 배신에 대한 복수나 한 여자의 냉정한 변신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다시 보니 내 눈에 조금 다르게 들어온 것은 캐서린의 **행동과 공간**이었다. 이 영화에서 캐서린은 중요한 순간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들어가고 나오는지, 무엇을 손에 들고 있는지 같은 행동이 그녀의 상태를 보여준다. 아버지와 모리스가 캐서린의 삶을 결정하려 할 때 그녀는 계속 다른 사람의 공간 안에 있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자신이 문을 닫고, 불을 끄고, 계단을 올라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