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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녀》(1949), 캐서린은 어떻게 자기 공간을 되찾았을까

영화 《상속녀》를 처음 봤을 때는 캐서린이 마지막에 모리스를 거부하는 장면이 가장 강하게 남는다. 한때 그 사람을 기다리며 마음을 졸였던 여자가 이제는 문을 잠그고 돌아서 버린다. 그래서 이 장면을 흔히 배신에 대한 복수나 한 여자의 냉정한 변신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다시 보니 내 눈에 조금 다르게 들어온 것은 캐서린의 **행동과 공간**이었다. 이 영화에서 캐서린은 중요한 순간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들어가고 나오는지, 무엇을 손에 들고 있는지 같은 행동이 그녀의 상태를 보여준다. 아버지와 모리스가 캐서린의 삶을 결정하려 할 때 그녀는 계속 다른 사람의 공간 안에 있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자신이 문을 닫고, 불을 끄고, 계단을 올라간다. ..

시네마 클래식 2026.02.11

《제3의 사나이》(1949), 기울어진 도시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제3의 사나이》를 다시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람이 아니라 화면이었다. 건물과 골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인물의 얼굴도 때로는 불안한 각도에서 잡힌다. 처음에는 독특한 촬영기법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따라가다 보니 그 기울어진 화면이 영화 속 사람들의 관계와 묘하게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리 마틴스가 친구의 죽음을 확인하려고 빈을 돌아다닐수록 그가 믿고 있던 것들이 하나씩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영화를 단순히 해리 라임이라는 악당의 이야기로 보지 않고, **한 사람이 낯선 도시에서 사람을 믿는 방법을 잃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됐다. ## 1. 전쟁이 끝났는데도 평범한 도시로 돌아오지 못한 빈 홀리가 빈에 도착했을 때그가 마주한 도시는 여행자가 기..

시네마 클래식 202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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