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를 보다 보면 주인공이 화면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을 기다리게 될 때가 있다. 그런데 《로라》(1944)는 조금 이상하다. 영화가 시작한 뒤 한참 동안 로라를 직접 볼 수 없는데도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게 된다. 1944년 오토 프레밍거가 만든 《로라》는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맥퍼슨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건의 중심에는 죽은 로라가 점점 더 크게 자리 잡는다. 초상화가 나오고, 그녀의 집에 남겨진 물건들이 등장하고, 주변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로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관객은 로라를 만나지 못했는데도 이미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나는 이 영화의 재미가 단순히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는 반전에만 있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