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1954)는 흔히 일곱 명의 사무라이가 도적들에게 시달리는 마을을 지키는 이야기로 기억된다. 실제로 영화에는 훈련과 전투, 희생과 승리가 이어진다. 하지만 다시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사무라이와 농민은 처음부터 같은 편이 아니었다. 농민들은 도적을 막아줄 사람을 필요로 하지만 사무라이를 쉽게 믿지 않는다. 사무라이 역시 농민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약한 사람들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일곱 명이 모이는 순간보다, 서로 믿을 수 없던 사람들이 한동안 같은 편으로 움직이게 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전투가 끝난 뒤에는 그 관계가 다시 달라진다. 결국 사무라이들은 마을을 지켰지만 그 마을의 삶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한다. 나는 이 점이 〈7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