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안개가 자욱한 항구의 밤은 고독하지만, 역사의 안갯속에 숨겨진 진실은 비명이 거세된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알랭 레네의 1955년작 ****는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 인류가 자행한 조직적 멸절의 기록이자 망각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맞서는 처절한 방파제와 같습니다. 7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이 필름이 뿜어내는 서늘한 냉기는 우리의 안일한 일상을 날카롭게 베어냅니다. 진실은 때로 위스키 한 잔보다 쓰고 독하지만, 그 독기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만이 비로소 인간의 존엄이라는 마지막 보루를 지켜낼 수 있는 법이지요. 이제 우리는 장 케롤의 시적인 내레이션과 레네의 차가운 카메라 워킹을 따라, 인류 역사의 가장 깊은 심연으로 걸어 들어가 보려 합니다. 1. 아우슈비츠의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