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마르 베리만의 〈제7의 봉인〉(1957)을 보고 나면 보통 죽음과 체스를 두는 기사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나도 그랬다. 검은 옷을 입은 죽음과 체스를 두는 장면은 너무 강해서 다른 장면이 그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영화에서 안토니우스 블로크가 그렇게 집요하게 찾는 것은 사실 ‘죽음을 피하는 방법’만은 아니었다. 그는 계속 신에게 답을 요구한다. 신은 존재하는가, 내가 왜 여기 있는가, 내가 믿어 온 것은 무엇인가. 그런데 베리만은 그 질문에 관객이 기대할 만한 답을 주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이것이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블로크가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관객에게 답을 쉽게 주지 않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