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빌리 와일더의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1960)**를 처음 보면 우스운 상황부터 눈에 들어온다. 보험회사 직원 버드 백스터의 아파트 열쇠가 회사 임원들의 은밀한 데이트를 위해 계속 빌려 나간다. 버드는 자기 집에서 쫓겨난 사람처럼 복도와 거리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웃으면서 보고 있으면 이 상황이 생각보다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의 편의를 위해 자기 집과 사생활을 내놓고 그 대가로 승진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영화 마지막에 버드가 열쇠를 되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가 정말 자기 삶을 되찾은 것인지 조금 의심스러웠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내게 사랑 이야기보다 **누구에게 내 삶의 열쇠를 맡기고 살아가는가**에 관한 영화로 남았다. 1. 열쇠를 가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