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삶과 정신세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 곧 귀신들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형성되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인간 사회의 규범과 도덕을 감시하고, 때로는 해결되지 않은 '한(恨)'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며, 우리 민족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축이었습니다. 귀신, 악령, 그리고 원혼들은 한국인의 삶 깊숙이 자리한, 경계를 허무는 존재이자 사회의 '그림자 역할자'였습니다. 1. 邪(사)의 인식론적 해부한국인이 조우한 악(惡)의 다층적 현현(顯現)과 존재론적 작동 원리 벽사(辟邪)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벽사 행위의 대상이 되는 '사(邪)', 즉 악한 기운이나 불길한 존재에 대한 한국인의 다층적인 인식 체계를 파악해야 합니다. 邪는 단순한 '불운'이나 '나쁜 일'을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