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를 처음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참 피곤하고 지독한 부부다'라는 것이었다. 조지와 마사는 만나기만 하면 상대의 뼈를 정확하게 조각내고, 급소를 후벼 파는 데 진심이다. 그런데 영화를 묵묵히 지켜보다 보면, 이들이 단순히 서로를 미워해서 물어뜯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너무 오랜 세월을 한 몸처럼 얽혀 살다 보니 서로의 약점 아닌 게 없고, 치부 아닌 게 없는 사이가 된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문득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비록 결혼이라는 제도를 거치지 않았지만, 내 주변의 인간관계를 돌아보면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낀다. 평생을 갈 줄 알았던 오랜 친구, 가끔 던지는 은근한 비꼼과 막말 속에서도 기이하게 45년이라는 세월을 꾸역꾸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