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클래식

사운드 오브 뮤직 (1965), 노래가 시작되면 사람과 이야기가 달라진다

infodon44 2026. 9. 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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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잘츠부르크 풍경
영화 속 아름다운 잘츠부르크의 산과 호수 풍경

 

 

 아이들에게 음계를 가르치는데 굳이 산과 거리까지 돌아다녀야 할까.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의 ‘Do-Re-Mi’를 보면 정말 그렇게 한다. 마리아는 아이들을 데리고 정원으로 나가고, 계단을 오르고, 잘츠부르크의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노래를 가르친다. 처음에는 그냥 밝고 즐거운 음악 장면처럼 보인다. 그런데 보고 있으면 조금씩 다른 점이 보인다. 노래가 끝날 때쯤 아이들은 처음과 같은 아이들이 아니다. 마리아와도 가까워져 있고, 집 안에서만 지내던 모습에서도 벗어나 있다. 이 영화를 음악을 중심으로 보면 이런 장면들이 꽤 재미있다. 노래가 단순히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까지 바꿔놓기 때문이다.

 

## 1. ‘Do-Re-Mi’는 음악 수업인데, 아이들은 자꾸 집 밖으로 나간다

폰 트랩 대위의 집에 처음 들어온 마리아를 아이들이 바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집을 거의 군대처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도 정해진 규칙 안에서 생활한다. 그런데 ‘Do-Re-Mi’가 시작되면서 그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마리아는 음계를 설명하면서 아이들을 그냥 한 곳에 세워두지 않는다. 계단을 오르고, 정원으로 나가고, 길을 걸으면서 노래한다. 영화는 이 노래를 한 장소에서 찍지 않고 여러 공간을 이어 붙여 하나의 긴 장면처럼 만들었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음계를 배우는 내용만 보면 방 안에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계속 움직이니까 장면의 성격도 바뀐다. 노래를 배우는 아이들이 아니라 놀고 있는 아이들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니 마리아와 아이들의 거리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영화판에서 이 장면이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는 형태로 확장된 것은 무대판과 비교하면 더 분명하다. 화면을 넓게 쓰면서 아이들의 변화와 시간을 한 장면 안에 담아낸 셈이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나서 ‘Do-Re-Mi’를 단순한 음악교육 장면으로만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아이들이 도레미를 외우는 동안, 사실은 **이 집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2. ‘My Favorite Things’가 나올 때는 무서움을 없애기보다 다른 쪽으로 돌린다

밤에 천둥이 치면 아이들이 겁을 먹는다. 이때 마리아가 ‘My Favorite Things’를 부른다. 이 노래도 참 유명하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는 노래 자체보다 **왜 하필 이 노래를 여기에서 불렀을까**가 더 궁금하다. 가사는 장미의 빗방울, 따뜻한 벙어리장갑, 갈색 종이 꾸러미처럼 좋아하는 사소한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는 내용이다. 원래 브로드웨이 무대에서는 마리아와 원장수녀가 부르는 곡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아이들이 천둥을 무서워하는 장면에 배치했다. 나는 이 각색이 꽤 영리했다고 생각한다. 마리아는 아이들에게 “무서워하지 마”라고 말하는 대신 다른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천둥은 계속 친다. 그 소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바라보는 것이 달라진다. 이런 점에서 음악이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니라 **감정의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리아라는 사람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는 가정교사가 아니다. 아이들이 겁먹었을 때 어떻게 하면 그 마음을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리고 영화가 원래 무대에서 사용되던 곡의 위치를 바꿨다는 사실까지 생각하면 더 재미있다. 같은 노래라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하는 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래가 아름다운 것과 별개로, **장면 안에서 어떤 기능을 맡고 있는지**를 보는 편이 이 영화에서는 더 흥미롭다.

 

## 3. ‘Edelweiss’는 오스트리아 민요가 아니어서 오히려 더 묘하다

‘Edelweiss’를 떠올리면 오래된 오스트리아 민요 같은 느낌부터 드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실제로는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이 만든 곡이다. 영화 속에서 대위가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오스트리아가 나치 독일에 편입된 뒤, 가족이 곧 떠나야 하는 상황과 맞물린다. 그래서 이 노래는 처음 들을 때와 마지막에 들을 때 느낌이 꽤 다르다. 곡 자체는 아주 조용하고 소박하다. 전쟁 장면에서 흔히 생각할 법한 웅장한 음악도 아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이 장면에서는 더 잘 맞는다. 대위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관객은 그가 곧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무대 밖의 현실은 무겁고, 무대 위의 노래는 조용하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Edelweiss’를 단순한 애국적인 노래라고 부르는 것은 조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래부터 오스트리아의 민요였던 것도 아니고, 영화가 만든 장면 속에서 특정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는 이 노래가 **떠나야 하는 사람의 마음과 고향에 대한 애착을 한꺼번에 들려주는 장면**이 된다. 게다가 가족은 공연을 이용해 탈출할 기회를 만든다. 노래가 끝난 뒤 공연장을 빠져나가지만, 실제로는 국경을 넘어 도망치기 위한 행동이 시작된다. 여기서는 조금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앞에서는 노래가 아이들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노래가 가족 전체를 움직인다.

 

## 노래가 나오면 이야기가 잠깐 멈추는 것이 아니다

세 곡을 따로 놓고 보면 서로 하는 일이 꽤 다르다. ‘Do-Re-Mi’에서는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가면서 관계가 달라진다. ‘My Favorite Things’에서는 겁먹은 아이들이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Edelweiss’에서는 한 가족이 공연을 하면서 자신들이 떠나야 할 현실과 마주한다. 그래서 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볼 때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만 듣는 것보다 **노래가 나온 뒤 사람이 무엇을 하게 되는지를 같이 보는 편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음악이 영화의 장식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움직이기 시작하고, 마음도 조금 달라지고, 마지막에는 가족 전체가 자리를 떠난다. 특히 ‘Do-Re-Mi’와 ‘Edelweiss’를 나란히 생각하면 변화가 꽤 크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집 안의 규칙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래를 따라 움직인다. 마지막에는 가족이 그 노래가 울리는 무대를 이용해 집과 나라를 떠날 준비를 한다. 같은 영화 안에서 노래가 하는 일이 달라진다. 그래서 《사운드 오브 뮤직》을 단순히 노래가 많은 영화라고 설명하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오히려 **음악이 인물의 관계와 행동을 실제로 바꾸는 영화**라고 보는 편이 더 잘 맞는다. 노래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가기도 하고,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하고, 결국에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변화가 너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처음에는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게 이 영화의 음악이 오래 남는 이유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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