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한 폭의 초상화에는 인물의 생김새를 넘어선 무언가가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고인(故人)의 영혼을 현세에 불러들이고, 살아있는 자들에게는 끊임없이 소통의 문을 열어주는 신성한 매개체였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초상화는 단순한 미술품을 넘어, 조상 숭배의 핵심이자 영원한 기억을 위한 불멸의 기록으로서, 삶과 죽음, 현세와 내세에 대한 깊은 철학을 응축하고 있습니다. 민속학자의 눈으로 초상화를 해부하면, 그 투명한 붓질 속에 담긴 영적 현존의 철학과 질곡의 역사 속에서도 지켜낸 민족의 염원을 발견하게 됩니다. 1. ‘전신사조(傳神寫照)’와 혼백의 거처: 화폭에 깃든 영적 현존의 철학우리 조상들에게 초상화는 단순히 인물의 외모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인물의 내면세계와 기상, 심지어는 혼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