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현기증》(1958)을 다시 생각하면서 가장 불편하게 남은 장면은 의외로 주디가 메들린의 모습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회색 정장을 입고 머리를 다시 올린 주디가 초록빛을 등지고 나타나자 스코티는 자신이 그토록 찾던 메들린을 되찾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나는 그 장면이 아름다운 재회의 장면이라기보다 조금 무섭게 느껴졌다. 주디는 눈앞에 분명 살아 있는 사람인데, 스코티가 바라보는 것은 주디가 아니다. 그가 보고 싶었던 모습에 가까워진 주디다. 이 장면을 중심에 놓고 다시 영화를 보니, 스코티의 집착은 마지막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영화 초반부터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 주디가 메들린이 되는 순간, 사람 하나가 사라진다주디는 처음부터 메들린이 아니었다. 그녀는 개빈 엘스터의 계획에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