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을 꼽으라면 비행기가 로저 손힐을 들판에서 공격하는 장면일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이 장면을 긴장감 넘치는 추격 장면으로만 기억했다. 그런데 다시 보면서 이상하게 눈에 들어온 것은 비행기보다 **그 비행기가 등장하는 장소**였다. 로저가 서 있는 곳은 어두운 골목도, 폐쇄된 방도 아니다. 햇빛이 비치는 넓은 들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히려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비행기가 나타나는 순간 그 장소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면서 나는 히치콕이 **특별히 무서운 장소를 만들지 않고도 평범한 공간을 위협적인 장소로 바꾸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시골 풍경이었다로저는 한적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