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오파트라》(1963)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큰 장면이다. 사람도 많고, 의상도 화려하고, 궁전이며 배며 행렬이며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다. 영화 자체가 워낙 커서 처음 볼 때는 화면의 크기에 먼저 압도되기 쉽다. 그런데 계속 보고 있으면 묘한 점이 보인다. 막상 이야기를 움직이는 순간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이 수천 명 나오는 장면보다 몇 사람이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중요한 일이 결정되고, 거대한 전쟁도 결국은 몇 사람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규모가 큰 장면과 중요한 장면이 꼭 같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융단 하나에서 시작된 만남클레오파트라가 카이사르를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그렇다. 이집트의 왕위를 둘러싼 상황은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