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를 다시 생각해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권총보다 걷는 사람이었다. 무라카미는 권총을 잃어버린 뒤 계속 움직인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거리를 돌아다니고, 단서를 따라가고, 다시 다른 사람을 찾아간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이상하게도 아주 고된 일처럼 보인다. 사건이 커지는 이유는 권총 하나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권총 자체보다 그 권총이 사람들의 손을 거치면서 만들어내는 변화가 더 중요해진다. 처음에는 단순한 분실물이었던 것이 범죄의 도구가 되고, 결국 무라카미를 자신이 알지 못했던 세계까지 끌고 간다. 나는 그래서 이 영화를 범인을 찾아가는 형사의 이야기라기보다, 한 번 잃어버린 것이 사람을 얼마나 먼 곳까지 끌고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로 보게 됐다. 1. 무라카미..